추억속으로(into the memory)

그 날- 대학생이 못 되었던 슬픈날

yodel 2006. 12. 15. 00:59

격포를 바라보며 나는 눈시울을 적셨었다.

이런 경험이 나한테도 생길 수가 있다는걸 그때 알았기에...

갯벌도...모래도...그리고 그 파랗던 바닷물도...

내 아프디 아픈 가슴을 어루만져 주지 못했다.

 

"가시네는 그저 집안일 잘하고...신랑만 잘 만나믄 되는기여..."

리어카를 끄시던 내 엄마의 입에 버릇처럼 달라붙은 그 말은 내 심장을 파고 들면서 후벼대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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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등학교 3학년생.

커트머리의 나는 합창부 소속. 초등학교 3학년부터 갈고 닦은 맑은 목소리의 주인공- ㅋ 이렇게 자기 칭찬하는것도 재주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자랑하니 결국 음악으론 재능을 못 키웠나보다.

영어 심화반. 교내 영어회화 대회 참가 입상, 영어 노래자랑 우승경력...50년대부터  그 해까지 팝송을 입에 달고 살았던 팝송 매니아.

수학은 숫자만 보면 눈이 감기는...

국사..선생님의 말씀이 늘 "가라사대"로만 들렸던~

국어...우리나라말은 왜 이렇게 말이 안되게 만들었는지...

그러고 보니 과목중..영어, 음악, 미술, 체육만 잘 하고...다른 과목은 전부 밑을 돌았다.

 

 "야...너 왜 대학 시험을 안 봤어? 전문대라도 시험을 쳐보지 그래..." 담임선생님의 말씀이다.

대학 시험이라...일단 점수도 그리 좋지 않은것 뿐아니라~ 운이 좋아 붙어도 누가 학비를 댄단 말인가. 그래도 선생님이 권유하신대로 나는 관광통역과(서울 여전)에 도전을 했다. 일단 영어를 상대로 하니까~ 면접시험이 있었던 그 날  나는 촌띠기 모습 그대로 서울의 환한 여학생들틈에 서 있었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보존하기 위해 다리를 꼬기도 했다가 옆으로 놓아보기도 했다가..결국 무섭게 생긴 면접관에게~"서울오면 어디서 살려고 하나" 라는 요상한 질문을 받고서...기가 죽었던!

그 면접관이 보기에도 시골냄새가 물씬 났나보다. 어쨋거나 나는 별로 신통치 않은 면접을 끝내고~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혹시나 하는 마음에...내 번호를 찾아보았다.

관광통역과엔 아무리 찾아도...가정과에 내 번호가~

영어 빼놓고는 좋아하는게 없었던 나였기에 뒤를 돌아보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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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에서 나를 강하게 해주었던 그 경험이 오늘 이 노래를 들으면서 생각이 났다.

바닷가에서 흘렸던 그 눈물도, 내 처절함도..여린 마음에 어찌할 수없었던 외로움을 노래를 들으며 없애려 했던 나였는데...그 때 내가 그 학교에 붙었었더라면 내 삶이 어떻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