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속으로(into the memory)

편안함과 무서움

yodel 2005. 10. 28. 12:50

토요일 어느 오전, 음대생 2학년인 남편은 중간고사 시험때문에 꼭 읽어야할 음악책이 도서관에 있다며..놀톤 음악이 가득든 포터블 시디를 한손으로 쥐고, 헤드폰을 머리에 꽉 쥐어끼고는 문을 살짝 닫는다.

 

몇분이 지나 집으로 돌아온 남편의 얼굴이 심상치 않다.  울그락 불그락..

 

"자기..무슨일?  왜 그래?"

"어..좀 민망한 일이 생겼어.."

"말해봐..무슨일?"

"그게..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하기위해 서있는데, 오늘은 다른 날보다도 더 줄이 긴것 같더라니까..한참을 기다리다 내 앞에 두 사람쯤 서있어서..지루한 기다림이 다 끝났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던중..갑자기 방구가 그냥 예고없이 나오는거야..근데 생각보다 소리가 작아..잘됬다 생각했었는데.."  "사람들이 다들 나를 보고, 웃고 있잖어..어떤 사람들은 얼굴까지 찡그리면서..말이야.."

"생각해 보니, 내가 끼고 있던 헤드폰때문에 내 방구소리를 듣질 못했던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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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시부모님의 준비로 작은 리셉션이 사우스 다코타에서 있었다.

옐로우 스톤을 눈요기만하고 돌아온 짧은 신혼여행이었기에, 시부모님께서는 할러데이인에

우리가 묵을 자리를 준비해 주시고는 그곳에 식구들이 그 날밤을 다 묵기로 하였다.

 

사우스 다코타, 레피드 시티 (South Dakota, Rapid City)

처음 오는 사람들에겐, 줄지어 서있는 나무들이 한국같이 아기자기 한 인상을 주는 이곳..

남편이 10살때부터 자라오고, 그의 첫 사랑도, 그의 아픔도 이곳에 다 뭍혀있는곳..

직접 이곳에 오게되니, 새삼 덩그라니, 나는 아무것도 없는것처럼, 이방인인 것처럼 느껴지는게 왠지..

 

리셉션이 끝난 오후,

금요일이라 그랬는지, 또 여름이어서 그랬는지,

온갖 사람들로 붐빈다. 

 

남편과 두 시누들이 풀장에서 수영도 하고, 놀자고 그런다.

물놀이는 실컷 해봤지만, 물안에 들어가면..그냥 가라앉는 나라고..할 수없다고 이야기를 했건만..

"내가 가르쳐 줄께..나 수영 잘 가르쳐.."  하며 유혹하는 남편의 따뜻한 손가락을 따라 물속으로 들어갔다.

 

물이 시원하기도 하다.

그곳에서 수영을 즐기는 아이들, 어른들, 연인들, 물고기 처럼 잽싸게도 다닌다.

 

남편은 나를 데리고, 이곳에서 가장 깊은곳으로 유인한다.

그러면서 " 수영은 깊은데서 배워야 해" 하며 찡긋 눈 짓을 한다.

한없이 믿는 나의 마음..아!  이게 사는거구나.

 

마음 한 구석에는 자신감이 발동한다.  운동신경이 늘 발달해 있는 나였기에, 오호..이것쯤이야..

운동장에 있으면 날라다니고, 물에 있어도 날아다닐 나일껄?

 

남편은 열심히 그의 말을 따르는 나의 손을 사알짝 놓고...

바로 그때, 어디선가 내 발을 잡아땡기는 아이의 모습에 휘청거리는데..

그 아이의 손에 이끌려 나는 바닥으로 바닥으로..

 

그 락스 냄새나는 물을 실컷 들이마셔댔다.

어찌해서라도 물위로 올라가려고 애쓰는 내 몸은

물보다 여전히 무거운게야..

 

어떻게 해서, 물밖으로 나오긴 나왔는데..

죽음을 면한 물에서의 고난을 알아챌 그이가 아닌듯 싶은게..너무해..

 

그날 밤?

너무 놀란 내 몸에 열까지 덮쳐서..아무것도 먹지도 못하고..밤내내 낑낑댔다니...

 

"이 나쁜 남편..잉잉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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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더니..집안에 있는 우린 쉽게 방구도 아무곳에서나 뀐다.

"뿡..뽀옹".."삐지지.."

다른 사람이 있든 말든..

이런게 편안함이 아닐까?

 

물이 나를 빨아들이는 듯한 공포를 느낀다.

아직까지도.. 

10여년이 지났건만...

이것이 나에겐 무서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