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family stories)

엄마

yodel 2012. 7. 25. 11:38

아들이 전화기로 미국에서 보여주는 내집을 보고 흐믓해하시는 엄마...이젠 돈 많이 나온다고 그만 끄라신다.

내가 20년동안 미국에 살면서 딱 두번만 막내딸을 방문하신 엄마...이젠 다리아파, 몸아파, 나이드셔서 못가신다고 그러신다.

 

이른 새벽 나는 엄마가 주무시고 계신것을 확인하고 운동화를 신고 아침 운동을 떠났다. 곳곳에 열심히 산책을 하고 계신 노인들이 건강해보였다. 참 싱그러운 새벽이다. 내 옆에 엄마와 함께 하고 있어 좋다 느끼면서도 가슴한편에 건강하지 못한 엄마의 모습이 안쓰럽다. 세월이 몇이던가!  남편을 서른셋에 여의고 리어카 장사를 내 나이만큼 하셨는데....길거리의 다른 아줌마들처럼 이쁜 옷입고 친한 친구분들과 수다떠실 그런 나이인데...자식들 뒷바라지에 오로지 인생을 거신 내 엄마...

 

내나이 사십중반...

어느덧 나도 엄마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게 되니 마음이 더 허하다.

샤워기를 틀어 엄마의 작아진 등을 씻어 내려준다. 비눗물에 엄마의 등이 보였다 안보였다했다. 엄마의 체구가 어린 아이같으다. 마디마디가 굵고 휘어진 손가락, 채소팔고 다듬고 한 손톱은 발톱보다 더 두꺼워졌다. 건장한 남자들이 들수도 없는 감자 한상자도 거뜬히 들어 리어카에 옮겨다 놓으셨던 울 엄마..내 손으로 닦아주면서 내 사랑도 내 가슴도 온통 뭉그러진다. 이게 딸이 느끼는 엄마에 대한 서러움인지...

 

큰 아들에게 오늘 밥맛이 참 좋다하시더라.

언니집의 밥이라 그러셨으리라. 딸과 단둘이 먹는 식사시간...엄만 오늘 나에게 그러신다. "밥 맛 좋다"고..

 

PS:잠시 시간이 되어 글을 쓰고 싶었다. 엄마는 뇌경색으로 쓰러지셨고 병원에 한달정도 있다 약 일주일전에 퇴원하셨다. 난 8월 20일까지 엄마랑 함께 있을 예정. 이 시간이 참 소중하다. 내 인생에서 배울 수없는 것들을 더 배우는 그런 경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