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family stories)

가족 사진과 숨겨진 이야기

yodel 2012. 10. 19. 08:06

 사진을 찍을때 말이다.

가을 하늘 맑은 그 날이었다.

토요일인데도 학교에 가야하는 둘째 녀석때문에 사진을 오전 8시에 찍기로 한 날...

바람이 참 차가웠던 그 날이었다.

 사진을 찍을땐 모르는 장면들이 나중에 보이게 된다.

그땐 그냥 추워서...내가 어떻게 웃었는지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난 아이들 다섯인 엄마로 거듭난 그런 생각을 했던것 같다.

사실 큰 녀석은 이제 대학 일학년 집에서 떠나 기숙사 생활을 하는 녀석을 이젠 자주 볼 수없어서 서운한 마음으로

만 열여섯의 나이로 엄마를 하늘 나라에 보낸 마리를 우리집 둘째딸로 데려온 어깨 무거운 마음으로 사진을 찍겠다 마음먹었다.

 아이를 데려오는것은 쉽지가 않은일이다.  내 마음이 그 아이를 내 아이로 생각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글쎄 두달이란 시간동안 내 자신과 많은 싸움을 하고 그 아이를 내 딸처럼 키워야겠다 마음먹고나니 이젠 한결 마음이 가볍다.

난 친한 친구의 걱정많은 잔소리도 들었고, 사실 지금까지 엄마에게 마리를 우리집에 데려왔다는 말을 못하고 있다.

에휴...친 엄마가 딸걱정하는 이유를 모르는 사람들이 어디에 있겠냐는....

 

 이렇게 나에게 다섯명의 아이들이 생겼다.

뱃속으로 낳은 자식들, 마음으로 얻은 자식...마음아프긴 마찬가지다. 자식걱정하는 어미의 마음은 한결같으니까 말이다.

 늘 부드럽고 따뜻한 요 녀석이 성인이 된지 몇달이 지났다.

미국에선 성인식 치르고 나면 모든걸 성인인 자신이 결정해야하니 몸집도 커졌지만 독립성도 많이 커진듯하다.

이 어미는 사회전선속으로 뛰어든 큰 아들을 그저 바라볼 수있는, 그저 혼자 살아가는걸 지켜볼 수있는 강심장 엄마로 거듭 다짐한 2012년이다.

 마리는 한씨 가족 일원으로 규칙 생활을 열심히 하며 살고 있는중이다.

늘 엄마와 혼자 생활을 해왔기에 나누는걸 배우지 못했던지라 첫 한달은 힘이 들었지만 이젠 식구들과 나누기를 곧잘 한다.

몸은 열여섯이지만 마음이 아직도 일곱살이기에 이해하고 배워야 하는게 힘들기만 하다.

그래도 이모에게 곧잘 뽀뽀도 볼에 크게 해주는 깜찍한 소녀이고 목요일엔 설겆이 당번으로 자신의 맡은바 임무를 잘 수행해나가고 있다.

며칠전 5키로 달리기 대회에도 나가 42분안에 들어오는 장한 기록도 남겼다.

 십육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게 있다면 요 녀석의 성격이다.

완전 독립적인 요 녀석..요샌 롱보딩의 매력에 빠졌다나 뭐라나 꿈이 롱보딩 가계를 연다나 뭐라나...

엄마는 아이들중 머리가 제일 좋은 이 녀석이 이런말을 할때마다 머리를 한대 맞고 나면 정신이 들까 기대를 하고 있지만...

자식들중 제일 미국적인 이 아이에게 한국식 주입이 안된다는걸 알기에

지 삶은 지가 알아서 하는거겠지 하며 말로는 태연한척 내내 가슴썩히며 애를 탄다.

 요새 잘 생겨지고 있다는 말을 많이 듣는 내 넘버삼.

어릴적부터 내 딸같이 내 손을 잡고 다니고 내가 해주는 음식 좋아하고 사랑많은 요녀석

시간남으면 늘 노래하며 그림그리며 지내고 있다. 이 어미는 요 녀석의 귀연 보조개를 보며 그냥 살살 녹는다.

 딸래미가 이젠 뭐든 혼자서 한다.

어릴적 나한테 뭐든 확인하던 내 딸래미가...

발레를 하고 학교 드라마부에 들어가고 여자다운 여자이면서

성격 좋은 내 딸 희은이...

 사실 마리랑 제 방 나눠쓰기가 쉽지 않을텐데도

가슴으로 마리를 친자매처럼 안아준 희은이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 한가득이다.

 요새 안경벗고 컨텍츠렌즈를 끼어 긴 눈썹을 보여주니...아직도 어린 소녀티가 나지만

성숙한 마음을 지닌 희은이...

 넘버원은 프레쉬맨 15파운드(미국 대학생 기숙사생활하면 이렇게 살찜)를 다 얻어

12월까지 우리둘이 살빼기 내기를 했고....

 

 마리는 잠자는 시간동안 착하기로 이주동안 목표를 만들었다.

스티커를 다 부쳐주면 자전거를 선물로 받는다고 말이다.

남편과 나는 아이들 다섯과 강아지 한마리를 데리고 오늘도 잘 살아보려고 노력중이다.

하루 하루가 쉽지만은 않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걸 알기에 이렇게 손 꽉잡고

내일을 위해 앞으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