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family stories)

내 엄마

yodel 2007. 6. 16. 01:02

"엄마 어떻게 지내셨어요?"

"왜 또 전화했다냐..비싸니까 그냥 끊어라이. 나 잘 지내. 너도 잘 지내지?"

*

그렇게 듣고 싶었던 엄마의 목소리는 늘 이런식으로 마무리를 지었었는데~

어느때부터인가 내 엄마는 잔잔한 피아노 소리같은 음성으로 나에게 속삭이듯 이야기하신다.

"그려..나야 뭐..그렇지..너랑 한서방이랑 아무일 없고? 그려이...잘 지내믄 되는것이여..." 이제 일흔이 막 넘으신 내 엄마..남편 여의고 그 외로운 삼십 몇년동안 시장을 다니시며 남자도 끌수없는 리어카를 거뜬히 끌고 다니셨는데......

 

**

세월이 지나니 강하디 강하던 내 엄마의 모습은 오간데없고 작고 조용한 몸만이 엄마를 지킨다. 그리고 굵게 그려진 주름살과 검은 피부는 마치 누군가가 연필로 뎃생을 한것처럼 보인다.  험난한 미래를 이기기위해 아침 저녁으로 일을 나가셨던 내 엄마~ 오직 자식들을 위해 삶을 사셨는데~

어릴적 사과하나 꺼내어 먹으려하면 늘 오빠들 먼저 생각하셨던 내 엄마~"가시나..오빠줄라고 냄겨놓았드니 꼭 좋은것만 골라먹네이.." 무심결로 집어들었던 사과하나~ 엄마에겐 모든 사과가 오빠들거였으니... 철부지 막내딸 그땐 그 엄마가 무심하다고만 생각이 되었었는데~

 

일흔이 지난 그런 연세에 다시 아파트 상가에 과일가계를 열었단다.

손주들..식구들..보탬이라도 되야 한다며..
"가계에서는 다리아프면 앉을 수도 있고..쉴수도 있으니 괜찮아!" 딸래미 걱정할까봐서 안심하라고 그런 말을 하신다. 자식들 다 키워놓고서 평생 혼자 서계셨던 엄마. 나이 드셨어도 식구들에게 부담되는걸 싫어하셔서 또...늘 그렇게 혼자이시다.

 

**

오늘은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늙어감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내 나이 어언 삼십대 후반...내가 일흔이 되었을땐 어떤 모습일까?

먹지 않으려해도 먹는 나이~ 지나가고 나면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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