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늘 우리반 친구 에릭의 엄마가 와서 하시는 말이 에릭 아빠가 암이 걸려 돌아가실거라고 에릭이 며칠 학교에 못 나온다고 말씀하셨어." 말을 마치자마자 걱정스러운 눈빛인 넘버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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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찌감치 넘버원을 데려다 주는 바쁜 어느 아침.
운전을 하면서 이런 말, 저런 말을 한다.
어쩌다 넘버삼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신다는 말을 꺼내자~
넘버원이 말하기를~
"제 친구중 어떤애는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삼일동안 결석했어요."
"저같었으면 한달은 학교를 안 나가는건데~"
그러더니만
"그런일은 없겠지만 엄마~ 혹시나 두분 다 돌아가시면....저희는 어떻게 되요?"
그래서 나는 "엄마, 아빠도 혹시나를 대비해 유서를 써놓았으니 너희들 맡아주는 분이 잘 해줄거야"
그런 말을 해 놓고 넘버원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 내내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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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집 부자지? 아빠는 뭐하셔?"
막 6학년을 들어가 어떤 아이가 나에게 물어보았던 질문이었다.
사실 나와 열살 차이인 언니가 서울에서 돈벌어 좋은 옷을 사주었던지라 반지름하게 옷을 잘 입었던 그 해. "아빠" 라는 말만 나오면 어디엔가 숨고만 싶었던 그런 때가 아니었을까~
리어카를 끌어 생계를 유지해야 했던 엄마를 어쩌다가 시내 한가장 자리에서 만나게 되면 친구들의 눈을 피해 다른길로 돌아갔던 손으로 셀 수있었던 어떤 날들~
"가시내가 말을 들어먹어야 살지. 집안 구석 구석 얌전하게 닦고 청소하믄 을마나 좋은겨..동네 사내놈들이랑 야구가 뭐여? 속 상혀서 죽겄네...미친 ㄴ" 그런 말을 듣고 있노라면 예전 엄마가 "너 다리에서 주어왔잖여..." 했던 말이 생각이나.....동네 다리밑으로 내 친엄마를 찾아나섰던~
돐이 막되어 돌아가셨던 아빠를 아쉬워하며 어린 나이에도 "삶과 죽음"을 한탄했던 내가 아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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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으로 서른 여덟번째의 생일을 보냈습니다.
꺅......서른이란 숫자가 넘으니 벌써 마흔이라는 숫자가 이리 빨리 오게될지........
어쨋거나 당신 막내딸 아버지 사신 숫자보다 더 오래 살고 있네요.
요새 거울을 보고 있노라면 제가 아버지의 얼굴을 더 많이 닮아가고 있다는걸 느껴요.
남편이 어느날.."당신은 네모난 얼굴" 그러더라구요.
정말 저 네모난 얼굴이지 뭐예요. 아버지처럼요. 그래서 행복해요. 아버지를 닮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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