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미국 사는 아줌마의 일상)

바닷가..그리고 두번째날의 하이라이트!

yodel 2008. 7. 15. 10:16

아름다운 그런 날이었다.

새벽 공기가 비린내를 적잖게 뿌려주었던..나는 시어머니와 주욱 펼쳐진 모래밭위를 걸었다.

붉은 태양이 바닷가 저편에서 아침을 알려준 오늘..

바닷가가 벌써 익숙해져버린 그런 날이기도 했다.

"모래밭 위를 걸어보고 싶었어..늘.." 어머님이 고상한 말투로 이야기를 하신다.

"난 이슬비가 내리는 그런 날이 좋더라. 또..안개비가 내리면 더 좋구." 어머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모래밭위를 걷는 내 발은 쑥쑥 들어가지는 내 신발에 힘을 빼고 있는중이었다.

그리고 "그러세요?  전...맑은 날씨가 좋던데..이슬비 내리는 날이 너무 많으면 우울증같은게 생기던데.."

그래. 난 그래서 씨애틀이나 포틀랜드에 살 수없는걸거야..어머님같지 않아서....

*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물냉면을 준비해왔다.

세상은 나같은 사람을 위하여 가계라는걸 만들지 않았나 싶게 말이다.

육수도 사와서 얼려놓았으니....예전엔 육수 제맛만드는게 그리 힘들더니만...

오장동 육수가 69센트밖에 안하니..8개를 사와서 실컷 먹게 되었지.

아무래도 우리 동네 사람살기 좋은 동네여.

그뿐인지? 난 열무김치,깎두기, 막김치..깻잎, 멸치조림까지 사서 가져왔으니 말이다.

저녁엔 미리 집에서 재어온 갈비를 그릴에 구워먹으니 참 좋았다.

사온 반찬들에 상치랑 쌈을 해먹으니 상도 푸짐하니 아버님도 어머님도 좋아하시더라.

참 좋은 세상아닌지...

*

남편과 시아버님은 새벽 5시반부터 벌써 골프장으로 떠났다.

아버님의 공부빼놓고 유일한 낙은 바로 골프를 치는것인지라..

이번에 칠순을 보내시는 아버님께 남편이 마련한 이곳에서의 연이틀동안 신나는 골프치기는 남편과 시아버님께 어린아이처럼 들뜨게 하는 그런 시간이었다.  마치 선물을 열어보는 흥미로움과 제일 좋아하는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그런...

*

오늘은 사람들이 해변가에 많이 자리잡았다.

해변우산을 펼쳐놓고 있는 사람들, 그냥 이불깔고 누워있는 사람들, 이미 텐트를 쳐서 놓은 사람들..어른들, 아이들....연인들....그리고 파도를 타는 사람들..모래밭에서 모래와 놀고 있는 아이들....

햇살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어머님과 물이 무서워..아니 파도가 무서워 못 들어가는 나..였지만

차가운 물에 발을 내미니 금새 파도가 친구처럼 다가와 날 녹여주는것 같은 느낌이었다.

남편은 보드를 가져와 아이들과 신이나게 놀고 있는 한가한 그런 바닷가...

"피서는 역시 사람들이 많아야 신이나는 법이야." 어머님의 말에 나도 동의하면서 주변을 보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깔고 누워있거나 앉아있었다.

 

남편과 아들 녀석들은 저기 저만치 파도와 멀어져가고...

난 사진기를 들고서 그속에서의 남편을 찾아보았다.

역시 아이들과 열심히 놀고 있는 그를 발견해보곤....

희은이가 놀고 있는 모래사장으로 들어오려는데..

어머님과 아버님 희은이를 데리고 숙소로 걸어가신단다.

세사람 가는 모습을 바라보다 나도 아들 녀석들과 남편을 찾아 놀러가려고 갔는데-

 

어찌 우리 넘버삼이 물에서 안보이는거다.

남편과 넘버원...넘버투.....엉? 넘버삼이 어디에 있는거지?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넘버삼이 보이지 않는다.

소리를 질러 남편과 다른 두녀석들을 집합시켰더니..벌써 15분전에 나 찾아간다고 갔다는것이다.

20분이 넘게 찾아다녔다.

정말 이곳에서 녀석을 잃어버린다는 생각은 하기만해도 끔찍한 그런....

그곳에 있는 Life Guard에게 알려놓고서 우리 넷은 찾아다녔는데...

 

우리를 찾아다니다 결국은 못찾아 눈물흘리며 겁에 질린 넘버삼이 다행히 어느 어른에게 가서 예기를 해 Life Guard에게 데려다 주었단다.

눈이 붉게 부어오른 넘버삼을 뛰어가서 안아주었다.

30분동안 온갖 상상을 했던 이 어미의 걱정, 놀람이 눈물에 범벅이 되어 이젠 고마움으로 변해갔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꼬옥 안아주었다.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아이가 얼마나 놀랬는지 알기에 말이다..

*

PS: 사진을 올려 놓으려고 하는데 업로드가 잘 안되서 사진은 집에 돌아가면 올려놓으려고 생각중입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있을거라 생각했는데..시부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이라 넉넉치 않군요.

수요일엔 남편과 넘버원..시부모님께서 돌아가니..그 이후에 시간이 생겨 방문을 할 수있지 않을까 생각이 되구요. 친구 수잔과 아이들이 수요일에 이곳에 온답니다. 그러면 토요일까지 이곳에서 지내고 버지니아에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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