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미국 사는 아줌마의 일상)

병원 방문후~

yodel 2008. 7. 28. 00:34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서 나는 동쪽 차고 A-43을 머리속에 되내어 마음속으로 읽었다.

남편의 긴 손가락을 내 짧은 손가락에 꼬아 끼고서 걸어가는 길이었다. 저편으로 담배를 피고 있는 네여섯 사람들, 한이 맺힌듯 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온갖 인생사를 경험한듯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더라.

자동문이 열리자 우리가 그곳에 도착한걸 안 그는 피곤한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줬다.

"긴 운전이었는데 잘 찾았는지?"

*

클로락스로 씻겨진듯한 냄새는 왠지 날 불편하게 만든다.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대기실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사람들, 태연하게 늘 하는일을 밥먹듯이 하는 창구의 사람들, 의사들, 간호사들...청소부 아줌마, 아저씨들...

6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중환자실엔 2명만 방문자를 받아들이니 남편과 먼저 가본다음...그 다음에 부르겠다고~

대기실로 향했다.

무슨일이 있었는지 모두들 기다리는 모습이 안쓰럽게 보인다.

잡지책을 하나 주어들어 읽으면서 마음을 정리하려 애를 썼다.

그는 나를 데리러 왔다. 잠시 걸어가는동안 나에게 그런다.

"뇌 수술을 해서 모양새가 좀 거북하게 보일지도 몰라...마음 준비하고 들어가."

죽어가는 사람들 모습 많이 봤다 생각했다. 거만하게 말이다. 속으로 마음이 강하다고 생각했으니 오만한 나에게 하나님이 정신차리라 말했을지도 모르지.

*

그녀의 머리는 삭발이 된채..하얀 플라스틱처럼 굳어있었다. 오른쪽 눈� 2센티위로 부터 뚜껑 반절을 엎어놓은듯한 수술 자국, 꿰맨 검정실이 그녀를 사람이 아닌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무의식중인 그녀를 일주일동안 계속 간병중인 그는 자고 있는듯한 그녀의 귀에 대고 살자기 이야기도 해주고 이불을 덮어주기도 했다가 다리쪽을 열어 부드럽게 만져준다.

막 수술을 하고 정신이 들었던 그녀에게 간호사들이 물어본 질문이:

"지금 몇시인지 아시나요? 어디인지 알고 계신지요?" 등등을 물어보면 안된다며..대신 "내가 이름을 물어봤더니..이름은 Pam.이라고 알더군. 그래서 지금 어디에 있어?" 그랬더니.."메인주에 있다고" "아직 어린 아이들과 메인에 살고 있다고.." 그렇게 말은 하시더니..이젠 다시 완전히 깨어나기만 기다린다고 애처롭게 눈물 글썽이며 말을 한다.

*

남편이어도 그곳에 한없이 있을 수없는 중환자실에서 �김을 당했다.

간호사가 이젠 "나가셔야 되요" 라는 말에 그는 "또 올거예요." 하면서 그 간호사에게 이해를 시키는듯했다. 한시도 그녀와 떨어질 수없어 저녁도 병원 식당에서 먹자고..빨리 식사를 하고는 또 그곳으로 달려가는 그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남편과 나는 다시 병원 차고로 돌아갔다.

*

마음이란게 그런거 아닌지..

늘 간사하다 생각하면서 오늘 만큼 간사한 나를 발견해본적이 또 어디있는지..

잘 가꿔놓고 사는 친구집에 다녀오면 집안을 꾸며 놓고 살고 싶다가 어디선가 모르게 불끈 불끈 치사함이 쳐들어오고...이렇게 죽을 만큼 아파 병원에 계신 그분을 보고나니...물질이 아무것도 아닌게 느껴지고, 물건은 있다가도 없어지고 그러니 사랑하면서 살자 그러고~~

그래..아직까지 젊고 건강하다 느껴지고, 나 몰래 고생하는 사람들 이세상에 널려있으니 고맙게 여기면서 살자 그럼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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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그의 아내와40년이 넘게 살았습니다.

뇌종양으로 앓고 살아왔던 그녀와 자식 둘을 다 잘 기르시고..그녀가 이제 이 수술을 하기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으니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지요. 그분의 아내를 사랑하는 모습에 저도 감동했구요.

제 마음도 겸허해졌구요. 부부라는게 무언지..다시금 깨닫게 된 그런 경험이었답니다.

그분의 아내가 빨리 깨어나서 행복한 재회를 맞이했음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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