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속으로(into the memory)

내가 처음 시부모님을 만났었던...

yodel 2008. 8. 9. 22:44

1993년 4월 어느날이었지.

그 사람과는 편한 친구사이였어. 4월이 생일이었던 그를 보자고 그의 부모님이 사우스 다코타에서 내려오신다더라. 그 사람 나에게 그랬지. 한국 친구들이랑 함께 모여 부모님 오시면 식사나 함께 하자고..

그말은 한국 친구들이랑 함께 한국 음식을 장만해서 부모님께 대접하자는 그런말이었지.

*

불고기, 김치, 반찬은 무엇을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여하튼 유학생들의 별볼일 없는 그런 음식 솜씨를 발휘하여 그날 저녁을 만들었었어. 그 사람의 부모님을 위해서 말이야.

그 사람의 어머님, 너무 세련되게 말씀하시더라. 단어 하나하나도 아름답고 우아하게 말이지.

전라도 출신인 나처럼 촌스럽게 사투리 쓰지 않으신  그 어머님의 고상한 어투...ㅎㅎㅎ

"그랬어요? 어머....너무 많이 만들었네요."

우리 엄마랑 넘 비교되는 문장들...ㅋㅋ "아 긍께 뭐하러 그렇게 많이 만들었다냐이?"

그 사람의 아버지..참 포근하고 따뜻한 교수님의 이미지 그대로셨어.

그 날 저녁 친구들과 그 사람의 부모님과 그렇게 첫 만남을 했었어.

 

그때 그 사람은 따로 부모님과 이야기를 할 수있었다고 그러더라.

부모님은 아들의 계획을 알고 싶었다더군..

"결혼 생각은 있는지? 미래의 계획은? 등등" 그 사람..전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은터라..

"대학 졸업하면 결혼할까 생각중이예요." 그랬단다.

*

딱 한달이 지났을때였어.

곳곳에 꽃들도 이젠 제법 활짝 피었던 그 아름다웠던 거리들~

그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하는 그의 옆에 나는 조심스레 앉어있었지.

아주 실망하시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지.

아직도 어린 대학생 아들이 그것도 한달만에 약혼을 했다는게 믿어지지가 않으셨으니까~

 

부모님은 날 보자하셨어.

장거리 운전을 해서 나랑 그는 그 사람집에 도착을 했지.(10시간 꼬박 걸렸어.)

아담한 집이었어. 깨끗하고 깔끔한 가구 배치에 벽에 걸려진 아버지의 공로상, 졸업장 등등이 화려하게 옷을 입고 있었지.

아버님의 면접이 시작되었어.

그윽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시던 그 분은 내 가족 생활에 대해 물어보시더라.

나의 지극히 평범한 가정..아니..어쩌면 아버지 안 계시고..홀어머니랑 자란 평범할 수없는 내 이야기..

언니 하나와 오빠 둘...그리고 막내인것..오빠들은 엄마가 리어카 끌어 대학교를 보냈다는거...그 중 한 오빠가 의대생이라는거....작은 오빠는 시골에서 고대를 갔다는거...착한 언니는 엄마를 도와준다는거...

오빠들을 리어카 끌어 그렇게 가르쳤다는게 너무 장하시다며 아버님은 고개를 끄덕이셨어.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이 사람과 결혼할 수있었던 것도 다 오빠들과 엄마 덕이었던것 같아.

*

면접에 통과해서 난 그집의 며느리가 되었지.

93년 8월 14일에 말이야.

15년동안 여전하신 시 부모님을 내 친부모님같이 생각하며 살고 있어.

그 때 나를 바라보셨던 그윽하셨던 아버님의 눈길..우아한 우리 어머님의 손길...

남편과 한뭉치가 되어 내 삶은 풍요로와졌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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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5년을 맞이하는 결혼 기념일..

주변에 내 결혼 생활을 더 단단하게 엮어준 우리 가족들께 많이 감사합니다.

시부모님..엄마..오빠들..언니..그리고 우리 시누이들...

물론 내 자식들도...

"당신...!!! 알지? 내 마음~~~~찜질방에 가서 재미나게 놀자구...ㅋㅋㅋ 싸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