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this and that)

아내와 남편(식탁을 얻기까지)

yodel 2009. 2. 24. 11:51

아내는 부엌으로 들어간다. 

저녁을 앉혀놓고서, 기다리는중이었다. 뭔가 생각이 난듯하더니....

아내는 차고로 들어간다. 차고에 쳐박혀있던 박스 몇개중 하나를 두손으로 들어보려 움직여 보는데 끔쩍도 하지 않는 그 박스..아내는 힘이 못 미친다는걸 인정하고 다시 부엌으로 들어온다.

몇 분있다...학교에서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큰 아들을 다른날보다 반가워한다.

큰 아들에게, "엄마좀 도와줄래?" 큰 아들 가방을 놓자마자 차고로 끌려간다.

그리고 큰 아들에게 박스 한쪽을 들게하고 아내는 낑낑거리며 반대쪽을 들었다.

박스를 부엌에 가져다 놓고서 아내는 뭔가 일을 벌리는데~~~

남편 사무실에서 가져온 식탁이 말이야.

그 식탁은 아이키아라는 곳에서(덴마크 회사) 구입한건데...불필요하다며 우리집에 가져왔지.

사실 그동안 집에서 쓰고 있던 우리집 식탁이 나사가 빠져서 자꾸 불안정하게 움직이길래...

새것이라면 입이 쫘악 벌어지는 이 아줌마~(4년이상 썼으니 이젠 갈때도 됬지 뭐..)

입맛 다시고 있었지.

근데.......2주동안이나 식탁은 차고에.....박혀.....있었다 이말이야.

*

저녁을 오븐에 넣어두고서 아줌마 차고를 향해 달려갔어.

마침 넘버원이 학교에서 돌아오길래..

"너 엄마좀 도와줄래?"

고녀석은 군말없이 날 따라 식탁을 부엌으로 옮겨왔지.

상자에 쌓인 식탁........근데 열어놓고 보니 조립식이라 시간 많이 걸리겠더라구..(생전 처음으로 조립을 해보는거야..히히히)

그래도 마음속으로" 내가 이것을 열어놓고 시작이라도 하면....남편이 도와줄거니깐.." 속으로 히히덕거리면서 일을 저지른거야. 아니...내가 이렇게 일을 하지 않으면 한달이 지나도 바빠서 못한다고 그럴껄?

생각보다 쉽지가 않더군..

나사 번호따라 적어두고서...설명서를 따라서 하는데...드라이버 사용하는것도 어렵고~

*

사무실에서 열심히 일을 하던 남편~

일이 밀려서 그날 하루만큼은 바빠 정신이 없던 때에 왔다갔다 하는 아내의 모습이 보인다.

사무실이 차고옆에 있어서 뭔가를 질질 끌고 있는것부터 알아봤지만..

부엌에서 난장판으로 일을 벌려놓고 있는 모습이 말이 아니다.

남편은 아내를 보며.."나 정말 오늘 바쁘거든!! 오늘 아니면 안되?" "다음에 하지.." 눈썹에 적당히 힘을 주며 말을 했건만...아내는 눈썹 까딱도 하지 않고 하던일을 한다.

그래서 남편은 말하기를, "혼자서 다 할 수있는거야? 나 신경안쓴다!" 하고 엄포를 내고는 사무실로 들어가 버렸다.

서류 작성에 할일은 태산같이 쌓여있었던 그날이었는데..

아니 글쎄..아내는 설명서에 번호대로라면 벌써 5번은 지나야했을 시간에 이제서야 2번을 하고 있더라니까...

그리고 내가 비싸게 주고 산 오토드라이버를 제대로 사용도 못하면서 자꾸 누르기만 하더라니...

아내는 그 모습을 보여주며 나에게 보란듯이 하겠다고 하는데...

이거 볼 수도 없었다.  이러다간 저녁도 못 얻어먹게 생겼다니까...

아내에게 눈을 흘겨봤자 물빠진 독에 물을 붓는격이 되어...내가 그냥 조립해버렸어.

아내는 옆에서 자꾸 히히덕거리는거야.....난 그랬지.

"정말 나 화났다....오늘 아니었으면 얼마나 좋아?" 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하는데도, 아내는 얼굴에 함박 웃음을 띄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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