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속으로(into the memory)

사랑의 테마곡?!!

yodel 2005. 10. 17. 22:15

학교 수업을 마치고, 버스를 타면 30분이나 걸렸던 신혼집을 향해 가는 내 마음은 무척이나 설레였다.  결혼 날짜는 잡히고..

 

그때 내 약혼자는 학교다니고, 저녁에는 파트타임으로 학생들을 가르쳐야되서 신부를 기다리는 그 곳엔 혼자만 지내야했기에..

 

그 날은 열심히 학교에서 아르바이트도 끝내고, 우리가 시작하는 곳을 좀 더 이쁘게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미국생활 일년도 넘짓 안되었기에..세상 볼정 모르는 나에게..적어도 그의 익숙해진 이 곳에서의 삶을 따라..희망을 가지고 말이야.

 

우리가 학교 광고를 본 이 집..월세로 325불..모든 연료비랑 포함했으니 참 싸다고 생각했었다.

학교하고도 가깝고, 시내도 걸어다닐 수있었던 이 집은 매일 그 맵고, 구수하기도 하고, 때론 신비로운 냄새를 풍기는 인디언 식당인 밤베이하우스 뒤에 숨어있었다.

 

겉모습은 껄쩍지근하게 깔끔한데,

층계를 따라 파이프라인이 훵하게 보이는 곳에 불을 켜지않으면 아무것도 안 보이는 이런곳에

문 두개가 마주 보이는 이곳이다.

 

메니저가 보여주는 한 문을 열고 본 이곳..가스냄새도 풍기고, 겨울엔 창문을 통해 그리 사나운 냉기도 쉽게 머리를 내밀 수있을것이 보였는데도..

 

돈이 뭔지, 결혼이 뭔지...안 보이는건 뭔지..결국 이곳으로 우린 신혼집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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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 쌓인 먼지를 훨훨 털어 버리려다..밤색으로 보이는 큰 뭔가를 발견했다.

그 곳에 필기체로 휘갈긴 약혼자의 글들이 춤을 춘다.

좋은 날들, 슬픈 날들, 그리고 크게 눈에 띈 Tassa라는 이름이 절절이..

날마다, 때마다..

그의 글귀가 내 마음을 찢어지게끔 가슴을 아프게 한다.

 

내 눈이 커져간다. 그녀를 보내고, 가슴아파하는 그가 쓴 그 글들 속으로..

" Tassa를 보내고  Sarah Vaughn의 I will be seeing you라는 노래를 내내 들었다"는

그의 한이 맺혀 가슴이 아픈 그의 모습을 그렸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그 노래가 어떤 노래일까라는 짐작이 가는 이유는 무얼까?

그는 다른 사람보다도 글을 아름답게 쓰기때문일거다.

그렇게 아름답게...

 

앨범 한 가득히 Tassa를 발견한다.

고등학생때 함께 한 그의 Tassa를..

댄스에서도, 학교 축제에서도, 캠핑에서도, 파티에서도..

그녀의 금발머리에 비춰지는 깨끗한 미소가 내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일을 바삐 마치고 내가 와 있을거를 안 그는 환한 미소로 나에게 인사를 한다.

"잘 지냈어?...오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들려줄까?"

  .....

테이프였나..시디였나? 생각이 안나는데..

음악을 찾아 들려주는 그 노래..듣지 않아도 알 수있는 노래..였다.

 

Sarah Vaughn의 컬러플하고, 걸쭉한, 막걸리같이 취하는 그런 목소리가 흐르며..

I will be seeing you....지극히 가깝고도 먼 연인을 그리는 이야기가 아름다운 Sarah Vaughn 의 목소리로 흐느낀다...

그는 눈을 지긋이 감으며, 잠깐 다른 세상에 가는 듯하다가, 그의 모습에 더 아퍼하는 나를 보며.."무슨 일이 있냐 ?"물어본다.

 

일기를 읽어서 미안하다며, 그래서 그 노래를 들으면 누구를 생각하는지 안다며..

나는 내가 다른 사람의 추억을 깰 수도 없고, 그곳에 낄 수도 없음을 알면서..

나랑 결혼할 약혼자의 모습에..뒷발을 내동댕이 치며 뛰쳐 나갔다..

 

달리기는 잘 하는 정도여서..

그 맛나는 냄새를 풍기는 곳들을 헤어나와 멀리 멀리 도망가려고..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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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나는 Sarah Vaughn을 추억과 함께 사랑하게 됬다.

나와 나의 그 사람사이를 역사속으로 이끌어간 그 노래도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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