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속으로(into the memory)

새록새록 신혼이야기

yodel 2005. 11. 7. 00:51

 

"자기 왔어?  나..파란 사과 먹고 싶다..사줘.."

"어..그래?!  오늘은 너무 많이 피곤한데..그냥 자고 내일 아침에 사주면 괜찮지?.."

 

하루 왼종일 그이를 기다렸는데..

임신 2개월된 나..왜 이리 그 파란 사과가 먹고 싶은지 모르겠다.

입덧이라는게 그런건줄은 들어서 알았어도..먹는걸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참 한심인걸..

그래도 " 내일 아침에 사준다는.." 그이의 말.."세상에나 나 그 파란 사과 안먹으면 지금 죽게 생겼고만.."하고 애원하는 답답한 나의 가슴을 그이는 알아듣지 못하고..그냥 뜀박질 하다 지쳐 돌아온 아이마냥..새록새록 꿈길로 향한다.

 

다음날..그이가 사준 파란사과는 어젯밤에 그리던 시고 달고 한 맛이 아니어서..냉장고에 쳐박아 놓아버렸다.

 

"자기..나 맥도날드 햄버거..사줘.."

"지금?  10시인데?.."  두 눈을 크게 뜬 내눈이 무서운지...갈아입다 만 잠옷을 침대위에 다시 올려놓고 마지못해 나를 맥도날드로 데리고 간다.

 

햄버거를 가지고 앉아..

"왜!  하필이면 이렇게 늦은 밤에..무슨 햄버거타령?!..."

궁시렁..거리는 남편의 말에..

햄버거를 먹으면서..뚝뚝떨어지는 내 눈물이랑 섞어먹으면서..

그러는 날 어떡하라고..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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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답답하고 어두운 신혼집을 등에지고..

방 2칸짜리 아파트로 이사를  한지 두달이 되어간다.

아는 한국인 부부가 학부를 마치고 돌아간다고 이 아파트를 우리한테 소개해줬다.

 

그들이 중고가계에서 산 침대를 싼 가격에 입수.."이런 침대라도 구한게 어딘데.." 하며 나는 신나한다.  물론 방이 두개씩이나 생겼으니..넓다리 넓은 이곳에서 곧 오게될 나의 첫 아이를 맞이할 기쁨도 더 하다.

 

남편은 180파운드..

나는 110파운드..

 

처음에 누울때..이 침대는 남편이 누우면 쏘옥 그자리를 찰떡 누르듯이 눌러주고..내가 옆으로 누우면 조금 가볍게 위로 떠올리는 버릇이 있었다.

그놈의 침대..눕기만 하면 꼭 내가 다른곳에 있는것 처럼..남편을 밑으로 내려봐야 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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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어트를 하시는게 좀 좋을것 같네요..Mrs. X님은 아시안인데..이렇게 몸무게가 많이 느는것 은 정상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많은 체중을.. 출산하고 나서 빼기가 그리 쉽지도 않겠지만..이렇게 살이 찔경우..다른 건강 증상이 생길수도 있으니까요.." 챠트를 끄적끄적하면서 체크를 하는 의사의 말이다.

"내가 먹는건 김치랑...어쩔때 한번씩 먹는 햄버거뿐인데..." 먹는것 때문인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나는 중얼거린다.

 

그 발밑이 편안하게 되어버린 쓰리빠를 질질 끌면서 오리걸음으로 뒤뚱뒤뚱 걸어서..

집으로 향한다.

그리곤..

 

매일 매일 그 놈의 침대에 누우면서 조금씩 가라않는 나..

오늘은 그이와 내가 같이, 똑같이 누워있다.

그랑 내가 몸무게가 같기때문이다.

 

남편은 180파운드.

나도 180파운드.

 

 

*뒤에 남기고픈 말*

몸무게를 킬로그램으로 바꾸는 계산기가 없으므로..절대 계산기 찾으러 다니지 맙시다.

그 몸무게를 알게되도..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은 안됩니다.

혹 알게되서 저를 보면 웃을 생각도 하시면 안됩니다.

그냥..그러려니..하시고 그럴수도 있구나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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