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칸이 창문이 보이는 이런 방은 뭐하는건지..꽉 막혀진 철문 같은것도 보이고..
은색으로 발해버린 철문에 씌여진 XXX교수이름이 적힌 방을 향해 불안해 하면서
걸음을 옮긴다.
피아노건반이 유난히 크게 보인다. 피아노옆으로 등치가 꽤 크고 콧수염과 구렛나루를 마치 예술이나 하는것처럼 입고 계신 XXX교수가 웃는 모습을 하고 있다.
XXX교수는 덜덜 떠는 나를 보며.." 이름이 뭐지요? 노래를 불러본 적은 있어요? 합창의 경험은? 영어로 외우는 노래가 있나요? " 한다.
사실 교양과목만 들었던 터라..아카펠라로 하는 합창이라기에 재미로 크레딧이 1점밖에 안되는 이것을 선택해놓고도..
이렇게 다가와버린 오디션에 발부터 눈섭까지 떨리는 이유는 뭔지..
"어..Silent Night요.."
얼떨결에 "고요한 밤..거룩한 밤.."을 한가을에 부르고..
그 XXX교수의 두둑한 너그러움?에 나는 그 합창부에 들어갔다.
합창이 끝날 즈음..
나의 테리우스는 벽에 자신의 몸을 기대고, 한쪽 손을 바지에 있는 포켓속에..한 손은 앞으로 내밀어진 그 긴다리 앞에 걸쳐놓고 나를 기다린다.
우루루 빠져나가는 다른 아이들 사이로 나를 엿보는 그의 눈이 그리 반가울수가..
그렇게 늘 그는 나를 기다렸다.
학교 식당에서 방과후에 일하는 내가 일을 마칠때까지..
늘 그런 자세로 말이다.
그는 일본에서 중상층의 부모에게서 태어나, 형하나만 달랑있는, 한번도 아르바이트라는 것을 해보지도 않았던 귀공자 스타일이었다.
꼭 작은 바람 기운에도 날아가 버릴것 같은 모습에, 매일 만나도 시적으로밖에 표현이 안되는 그런 사람..
그가 좋아하는 노래를 테이프로 복사해서 나에게 가져다주고..짧게 글을 써서(영어 표현이 한계가 있으므로) 가져다 주었던 그 사람..
만나다 보니..
그림같은 이런 사람을..너무 시같은 사람을..
현실에 적용할 수없는 내가 힘이겨웠다. 아니 현실을 보는 내가 미웠다.
내가 가는 길과 그의 길이 일치가 되지않음을 내 눈으로 보는 나를..그는 이해할 수가 없어했다.
"내가 헤어지자 그랬을때..너는 잘나서 다른 사람 만나면 더 행복할거야.."라고 말했을때도..
그는 내 집옆에 주차를 하고..하루밤을 서있었다.
독하기도 하지..그렇게 잘 알면서..그의 성격을 잘 알면서..그를 도와..그가 커나갈 수있다고 알면서..그 한계가 너무 힘이 들어..나는 그에게 그런 치사한 말을 한것일까?
진정한 사랑을 한것일까? 아님..어디까지 그를 난초처럼 길러줘야 하는것일까?
한번 아니면 아닌것을..
한번 말했으면..그것으로 아닌것을..
몇날 몇달을 눈물로 지내고
그 떠나지 않는 전화번호..
기억하지 않으려고
애써 눈을 감는다.
그리곤 그는 추억속의 테리우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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