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속으로(into the memory)

나의 테리우스

yodel 2005. 11. 3. 04:40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올때 나는 과거의 사랑도 이별도 모두 잊기로했어.

상처도, 슬픔도, 겹겹이 쌓인 내 인생의 사랑을 비행기에 싫어놓고 내렸어.

그리곤..낯선곳에서 나 자신과의 싸움을 했지.

절대로 다른 사람을 사귀지 않기로..

 

그를 처음 만난것은 아마도 내 친구때문이었지.

그는 나처럼 유학을 온..같은 종류의 아시안에 키가 홀쭉하고 짙은 눈썹에 조그마한 입술을 가진 남자였었어.

아마 첫눈에 어쩌면 저렇게 우수적으로 생겼을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딴 세상 사람같더라니..

 

내 친구..뒤를 늘 쫒아다니는 키 쪼그맣고, 어정쩡한 일본애가 하나있었는데, 그녀가 그를 눈아래로 내려볼때..그 쪼그만 일본애뒤로 키가 늘씬하고,  잘생긴 그가 서있었지.

 

그녀를 쫒아다녔던 그 친구와 best friend였다지.

내가 그녀와 best friend였으니..

 

매일 그녀와 쪼그만 사람이 만나게 되었어.

나도 간간이 그들의 사이에 끼어들어..함께 먹기도 하고..영화도 보고..

그 독특한 일본 카레냄새가 늘 이맘때면 나는것 같어..

 

그러다..가을이 지나고..

겨울 방학이 되어..그녀와 쪼그만 사람이 따뜻한 라스베가스에 간다더라.

나랑 제일 친한 그녀" 혼자 가면 좀 그러니..함께 가 달라며 애원을.."

미국에 처음와서 그 진저리나는 외로움을 좋은 친구랑 지내는게 별로 나쁘지 않게 느껴져 따라가기로 했지.

 

차 두대가 주차장에..

엉?!  그녀와 쪼그만 사람..둘이 따로 가고 싶어, 나를 그 다리가 긴 남자의 차에 떠미는거야.

한 시간도 아니고..그 먼거리를..

 

그런것있지!  내 생전 느껴보는 다른 이상한 느낌..

그의 가녀린 손이 운전대에 놓여있는데..자꾸 데워주고 싶은 그런 마음..

내가 그의 외모에 홀딱 가버렸다니..이런..쯥쯥..

 

그런데..

라스베가스에서 본 그의 모습?

참 기가막히더라고..

 

메너라는 메너는 쬐끔도 없는 그런 남자있잖아.

호텔문으로 들어가는데 그 쪼그만 사람은 문을 열어주고 그녀를 모셔다주듯이 하는데..

그는 자기 문열고 뒤에 따라가는 내 모습이 귀찮은듯이 후딱 들어가는거야.

 

햐..기분 디게 나쁘더니만..

이럴땐 머리서 부터 발끝까지 전기오는것 처럼 열이난다니까..

 

Mission Impossible!! 의 배경음악이 나오는것처럼..

딴딴딴..딴딴..내 머리속에 계획이 그려지더라..

이 남자의 메너를 바꿔야겠다는..애인이 아니래도..상대방을 대해주는 메너라도 제대로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에..

 

그의 태도에 상관안하는것 처럼 행동하고..말도 부쩍 많이 하고..뭐 잘난척도 이만하면 됬을정도로..나를 아는사람들 내 모습보고 이상한짓 한다 했을정도로..

 

우리가 머물었던 호텔은 가족위주의 호텔이었어.

Circus Circus호텔이라고..왜 카니발가면 돈내고 뭐 맞춰서 인형도 받고..장난감도 받고..그런게 많은..그래서 아이들도 그곳에서 게임을 하고 장난감을 받는 재미에..가족들이 많이 간단다.

 

그 쪼그만 남자..기술도 좋지..글쎄 두개씩이나 큰 인형을 어떻게 따가지고..그녀에게 주는거야.

피식웃으며 그녀가 좋겠다고 박자 맞춰주곤..애인없는 서러움이 이런거라는걸 피부로 느낀 날이었어. 

 

하루가 피곤하게 지나..그녀와 쪼그만 남자 아무리 사랑?해도 함께 밤을 지내는게 어색했지.

다 나땜에....그녀는 쪼그만 남자의 불빛나는 유혹을 물리치고..나와 하루 밤을 지새웠어.

 

샤워를 하는 아침은 피곤이 풀려서 기분이 참 좋더라니..

호텔도 괜찮고, 미국오곤 돈돈돈 하던 나였으니 이런 자유를 만끽하며..

 

"띵동"하고 벨소리가 머리를 말릴 즈음에 나는거야.

 

화장실에서 나온 나에게

"그가 왔다갔어..이렇게 큰 인형 두개를 가지고.."

 

순간..가슴에 있었던 섭섭함이 그 큰 곰인형안으로 녹아버리더라구..

밤새 내내..기술 부족으로 인해..그 인형을 따기위해..얼마나 많은 돈을 썼을거며..

얼마나 애를 태웠을까? 하는 마음이 나를 감동시키더라고..

 

곰인형 받고난 날의 하루는 마치 내가 신데렐라가 되어 무도회에서 왕자님과 춤을 추는듯이

그가 나에게 대해주는거야..

참 신비롭더라..사람일이라는게..

그깟 인형이 뭐였기에.. 그걸 나한테 줄려고 그렇게 했을까?

 

어쨋든 그랑 집으로 가는길은 유난히 재미있었어.

일본말과 한국말을 함께 배우면서 말이야.

가는길에 내가 먼저 그의 손을 잡아줬어.  그가 아직도 못해본거라서..

그리곤 그는 나만의 테리우스가 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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