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훗..그래 옛날 이야기 하면 자꾸 웃음이 나와..
중3의 때를 쫙 벗어버리고..고등학교를 갈때였어.
고등학교 1학년이라는 그 큰 간판이 나에겐 너무 감지덕지 하게 느껴졌었어.
물론 옆에서 학비 주기싫어서 늘 잔소리하신 엄마의 핀잔이 듣기 싫었었지만..
새로운 출발이라는 그 말이 딱 어울렸다고나 할까?
갑자기 얼굴사이즈가 팍 늘어나고..엉덩이 사이즈? 말도 못하게 불어날때..
시험 공부한답시고..친구들 집에 번갈아가면서 한 밤의 야식을 하던 그때?! 지금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갈 수있을것 같은거 있지..
내가 제일 좋아했던 선생님이 계셨어.
뭐..얼굴이 잘 생긴 총각 선생님도 아니고, 그렇다고 키가 날씬했던 분도 아니고..
내가 좋아했던 그 분은..조금은 다른 보통사람과는 다르게 생긴 뾰족한 코에(메부리코?)에 두꺼운 검정태로 둘린 안경을 쓰셨고, 키는 조금 작다리하고..늘 검정 양복을 사시사철 입고 계신분이었어.
처음 내가 그분을 봤을때? 첫눈에 반했었냐고? 아니..
그 분의 수업에 처음 들어갔을때 감동했다고 해야되나?
그 분은 영어 선생님이셨지.
칠판이 깨끗하게 필기체로 배끼듯이 그린 글씨로 가득하더라.
그리곤 영어로 시작하는거야.
정말 거짓말않고..영어로만 말씀하시는거야..
이런 생활이 고등학교 구나..너무나 감탄을 했었다.
영어로만 말씀하시는 그 선생님..자신의 이력서를 말씀하시면서..
뭐..간간히 들리는 영어 소리..중앙대 영문학과를..나왔대나..뭐..어쩠대나..그런거..
매번..영어시간은 늘 이렇게 시작이 됬어.
필기체로 씌어진 칠판..영어로 말씀하신 선생님..
하루..이틀..한달..듣다보니 매일 똑같은 말씀을 반복하신다는 걸..눈치를 챘지..
그 선생님..의 독특한 목소리로..Now begin 시작! 하면 우리도 따라서 문장을 읽곤 했다. 꼭 병아리들이 종알 종알 엄마를 따라하는것 처럼말이야.
무지 더운 한 여름이었는데..
그 선생님..늘 똑같은 양복 차림에..양복 겉옷만 벗고는 또 단상위에 서 계셨지.
왼쪽 포켓에 돈 만원짜리가 보이기는 하는데..어머? 돈이 그 포켓에 없었고..글쎄 자세히 보니..
어떻게 메리야스에 있는거야..그래서 용기를 내어..물어봤지..
선생님..아주 심각한 모습으로" 전주에서 이곳으로 오는 버스에서 소매치기가 많아요! 그래서 메리야스에 포켓을 하나 더 만들어 숨겨놓아야..소매치기를 안 당해요!!"
이 선생님..뭔지는 모르지만 참 심각한 분이셔..이 이야기를 듣고선..다들..조용히 웃었지..소리내면 쫌 무례하잖아..그래서 조용히 웃었어..
점심때면 늘 혼자이신 선생님..야무지게 도시락에 온갖 잡곡을 섞어서 드시는 모습을 보곤..
마음이 조금 아프기도 했었어.
내 친구가 그 선생님 반이었거든..그 친구를 기다려도 기다려도 안나오는거야.
선생님이 아이들 학교 마치기 전에 훈계를 하시고 계셨대..
무슨 말씀을 하셨냐 물었더니..글쎄..
"자취를 하는 학생은 문을 꼭 잠그고.." 뭐 그런 것을 20분이 넘게 이야기하셨대..똑 같은 말을 되풀이 해서..
그러다가 하루는..내가 치마를 입은 날이었어.
오랜만에 치마를 입고 복도를 걷고 있는데..
선생님이 멀리서 손짓을 하시더라..가까이 오라고..
너무 반가워서 그 길로 향했는데.."Miss Yun..치마 입지 마세요! 바지 입고 다녀요.."하시는거야.. 참 희한하기도 하시지..왜 치마를 입지 말라고 하실까?
이 선생님..너무 신비로운 사람인것 같아..그 두꺼운 안경속에 숨겨진 비밀이 가득한 사람인게..
내 호기심을 자극시키더라.
아이들 몇명을 모아..전주로 따라가서..그 선생님의 모든것을 캐기로 작정을 했지.
드디어 그 날이 왔지..
몰래 버스를 잡아타고..힐끗 쳐다보는 선생님의 눈을 피해..조용히..키득키득 ..거리며..
선생님 내린곳에서..몇발짝..후에..
따라 내렸더니..왠 걸..선생님 눈치를 채셨는지..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는거야..
그 선생님..내가 그 학교를 졸업할때 까지..
부인은 있는지..자녀들은 있는지..뭐..그런 평범한 사생활..알 수가 없었어.
난 그런 속이 깊고..어정쩡한 사람을 좋아했나봐.
물론 그 안에 실린 코믹한 엉뚱함이 재미있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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