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속으로(into the memory)

티켓을 들고서

yodel 2005. 11. 20. 12:27

 

 

빨간 벨벳 윗도리에 검정색의 바지를 입고서 거울을 바라본다.

밤색으로 아이쉐도우를 바르고, 진한 밤색의 립스틱위에 연분홍 립스틱을 덧 바르며 살짝 미소를 띄워본다.  그리곤 내 데이트상대의 손을 잡고 나는 한밤의 뮤지컬로 향한다.

 

"엄마..학교에서 존이란 아이가 있는데..고등학교 미식축구를 보러가는데..그곳에서 너무 말짓을 하는 바람에 학교교장에게서 그아이는 더이상 미식축구를 혼자선 볼수없다고 경고받았데...."

"아니..무슨 말짓인데.."

"글쎄..그 곳에 있는 어떤 아줌마의 핸드백을 훔치려다..또..경기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진 팀에게 욕같은걸 하고..뭐 그런거.."

 

넘버원은 차안에서 끊임없이 조잘거린다.  자식..엄마랑 처음으로 가는 데이트가 신이나나보다.

중학교의 뮤지컬이라 수준이 높지는 않지만..큰녀석과 함께 하는 이 시간..맘껏 팝콘도 사먹고, 음료수도 퍼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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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 2월..

그때 나의 테리우스와 헤어진다고 선포를 하고 방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던 즈음이었다.  내가 살고있었던 그 집의 아주머니(메리)는 내게 위안을 줄 누군가를 찾다가..교회로 인해 알게된 그가 생각이 났던지..

그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집에 오도록 권유했었다.

 

하루 왼종일 방구석에 쳐박혀 울고 있었던 나..

그가 와도 무슨 소용이 있을까?

퉁퉁부어버린 나의 눈덩이가 그의 두꺼운 안경속에 비취어..보이는 내 모습..개구리보다 더 한 모습일텐데..그는 내옆에 무슨 이유로 앉아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곤 나는 그랑 만나면 늘 테리우스 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내 테리우스는 클래식 콘서트에가면 열심히 존다고..테리우스는 팡팡 뛰는 락큰롤을 좋아한다고.. 그는 열심히 들어준다.

 

그는 그때부터 내 베스트 프렌드가 되었다.

늘 내예기를 들어주는 베스트 프렌드가..

 

*그날도 난 여전히 내 테리우스에 대해 이야기했지.

물론 우리의 만남이 테리우스땜에 생긴거니까..당연히..

파란 잔듸 밭에서 옆에 앉아 내 예기를 열심히 들을거라 여기면서..나는 내 테리우스 이야기를 막꺼내는데..

오늘 그의 반응이 다른때와 다른게..

"그 이야기 그만하고..우리 이야기좀 하자.." 그러는것이야.  그러고는 잔듸 한뭉큼을 뜯고나서 내 머리에 뿌린다.  그리곤 그 섬세한 손으로 잔듸들을 내 머리카락 사이사이로 자리를 잡은 잔듸들을 뽑아내기 시작하더라.

 

나는 참 덜 떨어진 여자다.

그가 그렇게 말할때..참 이해가 어렵더라.  왜 그렇게 말을 하지?  우리의 시작은 늘 테리우스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후훗..나중에 그가 " 그때가 처음으로 당신을 만졌을때였어" 라고 그가 말하더라..

 

아카펠라 공연을 앞둔 하루..사실 노래를 완전히 외우지 못해..많이 긴장을 한 그런날에 그가 나를 보러온다고 했었지.  점심을 사주겠다며 나를 데리고 가더니..그곳에서 나에게 선물을 하나주더라..뭐였는지 궁금하지?  "일기장"..나한테 그러더라..그가..매일 생기는 일을 적으면 자신을 다스릴 수있는 지혜가 생길거라고..

 

테리우스를 잊게 해준 그가 내 애인이 될때?

바람이 많이 부는 그런 오월 어느 날이었어.

다른 친구들과 함께 그의 자취방에서 저녁먹고..놀다가 헤어지는 그런때였지.

그의 아파트에서 내 아파트가 아마 거리상으로 제일 가까울텐데..

 

미국은 가까워도 다 차로 운전해야 되잖아.

가난한 나는 차가 없었으니..그곳에 있었던 모든 여자 친구들도 차가 없었어.

미국에서 태어난 그만 부모님의 덕으로 헌차를 선물로 받았다지.  물론 그가 사람들 하나 하나를 데려다주는거야..아니 근데..가깝게 사는 나를 안데려다 주더라고..

 

물론..그래도 가장 친한 친구니까..여기며 그날도 하루를 보내겠다 생각했지.

친구들을 다 데려다 주곤..

"날씨도 그런데..드라이브나 할까?"  그러는거야.

할 일도 없겠다. 야경도 아름답겠다..물론 Yes였지..

 

그 동네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가 보이는 곳에 주차를 하더라.

그리곤 다른때와 다르게 나에게 이야기를 시작하는거야.

"나는 아무나 하고 데이트 선뜻 하지 않아..나는 결혼을 목적으로 하는 데이트를 신청하고 싶거든..너랑 데이트하고 싶다.." 그러는 거야.

 

그의 확실하고 솔직한 말이 내 가슴에 와닿았어.  그는 늘 그런 사람이었거든..그리고 그때가

처음으로 내가 그에게서 느꼈던 친구아닌 감정을 가졌었던 날이었어.*

 

설레이는 가슴을 안고, 콘서트를 보러 가는 처음의 데이트..

오늘과 같은 뮤지컬이 아니었지만..

그가 직접 연주하는 그런 콘서트였지.

나는 분홍색 셔츠에 밤색의 긴 스커트를 입고서 그를 찾아갔다.

밤색 립스틱에 분홍 립스틱을 얹은 입술에 미소를 한 가득 채우고...

번호가 찍힌 티켓을 들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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