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속으로(into the memory)

남편의 선택

yodel 2005. 12. 5. 21:59

 

96년..7월

그때..난 둘째를 막 낳았을때였어.

남편도 그 힘들었던 음대의 수업과 연습을 다 마치고..

 

그는 트롬본 연주를 전공하면서..오케스트라에 들어가고 싶어했거든..

피츠버그 대학에서 석사를 공부할 수있다고 행복해 하면서도..

매일 연습하고, 파트타임으로 일하고..공부하는 삶이 내심 힘이 들었던것 같아.

 

그는 음악을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야.

아마 자면서도 음악을 애무하며 사랑 고백을 할 정도로...

그의 모습과 음악 때어놓을 수없는 이중주였지.

 

예루살렘으로 그가 다니던 대학이 공연을 가게되었어.

그가 말하더라.

너무나 아름다운 그 곳의 정경과..너무도 사랑하는 음악이 함께 있어서 천국같다고..

그런 천국에 사랑하는 우리가 없어서...너무 안타깝다고..

 

그 공연이 끝나곤..

그는 결심을 했어.  음악을 포기해야겠다고 말야..

 

일년동안 작은 회사에서 일을 배우던 그였어.

컴퓨터가 어쩌고 저쩌고..인터넷으로 경매가 어쩌고 저쩌고..

남들이 입던 나이키 청바지랑 잠바랑..고리타분한 냄새가 찌들린 나이키 신발을 글쎄..

3000불로 판다는 것이야..일본 청소년들의 취미 생활?  참 이해하기 힘들더라..

 

어쨋든 남편은 그 곳에서 일을 하면서 다른 뭔가를 즐기는 사람이 되었다.

뭔가를 하면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그 회사의 사장도 맘에 들었던지..

그에게 잘 해줬지..

 

그러다가..IMF가 터졌어.

회사가 타격이 컸나보더라구..

그러더니..하루는..

 

"사업을 시작하고 싶다.."라는 거야..

아니..무슨 사업?  늘 음악만 하던 그이가..사업을 시작하겠데..글쎄..

그때 마음 참..그렇더라고..일을 벌리면 잘 할 수있다고는 아는데..이건 그의 전공과..

너무 차원이 달라서....걱정이 앞서가더라니..

 

그의 진정어린 마음에...

"그럼..6개월이다..6개월의 기회를 줄께..그 안에 잘 안된다 싶으면..학교로 다시 돌아가자..응?"

반절은 기꺼이..반절은 의아함에 선뜻 한말이다.

 

그래..그는 사업을 좋아하던 사람..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더니..작은 가계를 집집 마다 다니면서..

그들의 선심을 사더라고..

6개월..의 기간동안 우리 밥 먹고 살게 해 주더라.

 

2002년..

그는 그렇게 열심히 사업하면서 살았어.

작은 회사 만들어서..

컴퓨터라는 것을 통해서 무언가를 열심히 했지.

그러면서도..늘 뭔가를 또 찾는듯 하더라..

 

옆에 사는 나..

그를 너무도 잘 알기에..

그의 꿈을 그냥 짓 밟을 수가 없었어.

경영대학원에 가고 싶대...

 

2002년 우리 딸래미가 태어나던 해에 말이야.

우리에겐 안정된 집도 있었고,

남편 돈도 잘 벌고 있었고..

더군다나..애들이 넷이나 있었잖아.

 

고민이 많이 들었었어도..

이때 만큼 밀어주고 싶었던 때가 없었어..

꼭 잘 할 수있으리라 알았거든..

 

2002년..

우린 10년 동안 살았던 그 동네를 등지고...

남편의 선택을 따라..

새로운 여행을 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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