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family stories)

별난 하루..어떤 결혼식

yodel 2005. 12. 20. 23:13

6시다.

결혼식 음악을 담당한 남편은 3시 30분부터 떠났는데..아직까지도 안 오다니..

갈때는 편한 청바지 차림이었는데..결혼식은 7시 30분이고..그는 음악을 담당했으니 7시까지 가야하는데..아이들도 베이비시터에게 맡겨야 되고...

"자기가 아이들도 데려다 준다고 하고선..왜 이리 늦지?..." 마음이 안정이 안된다.

 

핸드폰 음악이 흐른다.

"어..자기"

"나 너무 늦어지거든..음악이 너무 어려워서..6시 30분까지 호텔앞으로..양복가지고 나올래?"

"알았어.."

 

텔레비젼 앞에서 축 늘어진 아이들. 군대식 호령으로 준비하라 명령하고..호텔키를 보며.."남편이 키 가지고 있는데..필요없겠지.." 하며..아이들을 데리고 8층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렸다.

 

다시 들리는 핸드폰 음악..

"우리 기다리고 있는데..자긴 언제와?"

"나 지금 출발했는데...배가 고파죽겠다..먹을것좀 가져오면 안될까?"

 

호텔 메니저에게..키하나 다시 만들어주라 하고..

아이들을 모두 끌고 8층으로...샌드위치 하나 만들고..바나나를 들고, 물병을 챙겨 다시 내려왔다.

 

6시 30분..

그의 얼굴이 심상치않다. 스트레스로 가득 담긴 그의 모습..

"당신이 운전해..나는 옷 갈아입어야 되니까..그리고 나 먼저 데려다 주고..아이들 당신이 베이비시터에게 데려다주고..그리고 결혼식장에 와..." 귀찮은듯이 신경질을 낸다.

"아니..지리도 모르는데..."인터넷에서 뽑은 지도로 가능하겠지..만 서도 모든일이 순조롭게 되지않은게 신경질이 난다...

 

운전대를 잡고 가고있는데....

넘버투.."엄마 저 속이 안좋아요..."

옷 갈아입던 남편..."어디..비닐봉지 있던가?...야..여기있다.."

넘버투의 입에서 쏟아져 터져나오는 점심 찌꺼기들...비닐봉지에 들어가지도 않은채..사방으로 뻐쳐 튀어나갔나보다. 신내가 차안을 가득.. 숨쉬기도 힘이 들정도다.

옷을 다 갈아입은 남편 운전하는 나에게 길가에 차를 세우라 한다.

 

내려서 보니...뒷 좌석 옆과..넘버원 코트에까지 튀겨간 넘버투의 점심 잔여물들이....따닥 따닥 붙어있는거다..냄새는 오죽이나 나던지...그나저나 남편 그 결혼식에 가야되는데...

있던 휴지로 실컷 닦아냈다...한통을 쓰고도...없어지지 않는 그 오렌지색의 찌꺼기들...

갑자기 왝왝거리는 내가..헛구역질을 한다...

그래도 참고..대충치우고..그넘의 결혼식 가야 되니까....

 

양복에 묻을까봐 멀리서 서 있는 남편이..운전을 하고..

결혼식이 행해진 그 곳으로 향했다.

뛰쳐나간 남편의 모습을 보고..긴 한숨을 내쉰 후..지도와 주소를 확인한 후..

 

주소랑 안내에는 오른쪽 TURN을 하래는데..내가 보이는 길은 다들 왼쪽으로 가네..(길이름132)

왼쪽 차선에 빽빽히 서 있는 차들 사이로 들어가려고 깜빡일 켜고.."길좀 비켜주라..야.."하면서 한참을 서있었는데..그 사람들..갑자기 내가 온게 미운지 안 들여보내주는 것이다..

그러고 잠깐 눈을 돌리니..오른쪽에 (132N)길이 눈에 들어오는것이..히히

그렇구나..오른쪽으로 가야하는데...다행히 오른쪽 차선에 차들이 없어서...그 길로...

 

아이들을 데려다주곤..

가까운 쇼핑센터로 향했다.  공기 정화제..물티슈..카페트 샴푸를 사려고 했는데...보이지 않아..

산 물티슈로 박박 밀었다..박박 밀면서...어차피 늦는 결혼식..따닥따닥 붙은 이놈의 찌꺼기들을 떼어내고 싶었는데...

 

비는 으슬 으슬내린다.

내리는 비를 피해 꺼꾸로 찾는 그 길은 더우기 힘이들다.

핸드폰 전화가 온다.

"어디야?  왜 안와?"

"다 왔어..주차하려고.."

 

우산을 들고 마중나와주는 남편..

결혼식이 이미 끝이나고..이젠 여유롭게 나에게 이야기 해준다.

 

"연주를 하려고 보니..피아노가 아니고 키보드였지 뭐야..그것도 키가 제대로 있지 않은..

그 장엄한 곡을 그 작은 키로 어떻게 칠 수가 있었겠어..여튼..그리곤 오후에서야 받은 새로운 곡들..치느라고 진땀을 뺐다.."

"신랑 아버지가 나한테 부탁을 하더라고..신랑측..신부측 어머니들이 행진할때..음악을 쳐달라고..그래서 그때가 언제인지도 모르는데..눈치로 다른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에게 지휘를 하고는 연주를 시작했더니...어머니들이 행진을 하고 오더라고.. 박자가 안 맞어서..어머니들은 모두 와있는데..신랑아버지..갑자기 연주하는 우리에게 왜..시작을 벌써 했냐고..따지는것이야.."

"곤란해서..혼 났다..이렇게 클래식음악을 연주하고..정신없는 결혼식..처음이야. "

 

 

(도착하자 마자..보여준 키보드..)

 

그래도 참석한 피로연에서..신랑 아버지의 말씀이 인상적이다.

부부 사이에 아들이 딱 하나있는데..하나있는 아들의 결혼식이기에 더 잘해주고 싶었던듯..

"앤디가 늘 뒷좌석에서 외롭게 앉아있었는데...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우리에게 특별한 소식을 가져다 준 앤디에게 너무 고맙다며..마침내..앤디가 함께할 사람과 더 이상 뒷좌석에 앉을 필요가 없게 됬다며...It's a girl!(딸이 태어날때 하는 이야기)..딸을 얻어서 기쁘다는 그 아버지.."

그 모습이 감명적이어서..하루가 별났어도..남편이 당황한 날이었어도...

결혼식은 볼 수가 없었어도...마무리를 잘 했던 날이었다.

 

 

신부가 인사하고 있는 장면..친척인지, 친구인지..찍힌 장면은 키스하는것 같지만..이마에 작은 인사..

 

 

남편 회사 사람들과 함께..

 

 

(신랑 앤디가 우리 테이블에와서..열심히 반지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