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family stories)

오빠!

yodel 2005. 11. 15. 01:51

 

 

흑백사진으로 깔린 화면에 울긋 불긋 색깔이 떠오르는 그 어린시절에..

나에겐 우리 오빠가 늘 함께 있었어.

내 오빠..나보다 두살밖에 차이가 안났으면서 뭐든지 날 챙기는 사랑이 많은 그런 오빠였거든..

 

국민학생때...

늘 학교 놀이터에서 오빠 학교 마칠때까지 기다려 함께 돌아오는길..

둘이 손잡고 텅빈 집에 돌아왔어도 외롭지 않은 그런 날들..

 

한번은..

마당앞에 서로 두 손을 느려빼고 마치 바람개비 마냥 바람따라 돌고 돌고 돌았지.

우린 꿈꾸는 천사들처럼 아무 걱정없이 꿈을 꾸며..

눈을 지긋이 감고는 그렇게 빙글 빙글..

그러다 어지러웠는지..미끄러지는 손과 함께..나도 정신없이..돌다가 그냥..마루 모서리로 꽈당!

그 모습을 보고 뛰어온 엄마한테..실컷 꾸지람을 받았던 오빠..

내 얼굴을 자세히 보면 왼쪽 눈옆에 오빠가 남긴 사랑의 자국이 아직도 있어..

 

오빠는 수학을 정말 잘했어.

뭐..다른 과목도 우수하게 잘했지만..

중3때였나..

내 친구 숙진이라는 아이가 있었지.

그앤 우리 오빠한테 수학을 배우고 싶다더라.

그래서 그애랑 셋이서 수학을 하는데..그리 자상하게 가르쳐주는 울 오빠를..

숙진이가 뺏어가는 것 같아..그 다음 부턴 수학이 싫은거야..

 

그땐..

울 오빠같은 남자 만나서 결혼해야지..생각했었어.

공부 잘하지..얼굴 그 정도면 잘 생겼지..여자들 대하는 메너 만점에..

내 이상형 이었지.

 

생일날이 다가오는 그런 하루였어.

오빠는 나를 책방으로 데리고 가더라.  학교 기숙사에서 나와 모처럼 만에 나에게 자기가 모아놓은 돈으로 맨투맨 종합영어를 사주는거야..그 책을 받아들고..아니..가슴에 안고서 너무 행복해했어.  내가 좋아하는게 영어라는걸 알아서..공부 열심히 하라며 사주는 울 오빠..

 

세월이 지났고 우리의 모습은 달라졌어도..

그런것 있잖아..소녀때의 오빠 모습은 아직도 내 가슴에 그대로라고..

오빠땜에.. 힘들었던 우리 어린시절이 더 아름답게 보였을거라고..

 

(뒤에 남기고픈 말)

멀리있어서 자주 보지 못하는 오빠를 생각합니다.

제 삶의 반절중에..힘들었던 날들을 글로 다 적지 못하지만..

그곳에 늘 오빠가 있었지요. 오빠 보고싶다..그리고 사랑해..그리고..힘내!!

 

 

(꼬마때..오빠랑..지금은 다 커버린 조카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