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family stories)

언니가 나에게 준 선물

yodel 2005. 11. 29. 05:41

 

초등학교 5학년...

 

학교생활에서 아마 그때 만큼이나 열심히 했던 적이 없었던 싶다.

늘 학교에 가면 밝은 모습의 나.

친구들이 보면 "귀족티" 가 나서..

"너네 집 크지?"  "너 아빠 무슨일 해?" 그런 말들을 듣기에 애가 타는 나였어.

 

언니가 서울에서 직장다니다, 내려온 어떤 주말..

옷 선물을 가득 안고서 집에 왔어.

"와..밤색 드레스..왠 공주님?.."

거울로 비친 내 모습이 부자연스러운 나를 다시 또, 한번 쳐다본다.

"왠..가짜 공주님..."

 

어떤 아이의 생일 초대로 근처 롤러 스케이트장에 다들 함께 갔었어.

70년대의 디스코 음악이 흐르고..

그 공주님의 드레스를 입고서..롤러 스케이트를 타다가...

옆 철사였는지.. 뭐였는지 모를 레일에 드레스가 끼어서 고만...쫘..아..악..

 

"어머나..이 일을 어째?.." 너 괜찮아?"..말하는 그 친구에게..

"어..괜찮아..나는 괜찮아.." 하며 찢어진 드레스를 탈탈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어.

솔직히 나는 마음이 후련했다.  솔직히..드레스랑 나랑..격에 맞지 않은 것 같았거든..

가짜 공주처럼 보이는 내 모습이 싫었기에...

나는 정말 괜찮았어.

 

언니가 나에게 준 선물중엔..

지금도 쓰고 있는 게 있어.

 

언니랑 작은 오빠랑 내장산에 점심을 싸들고..놀러갔던적이 있었지.

맑게 흐르는 시원한 냇가에 발을 담그면서..

"나..요새 요들송을 배워.."  "한번 들어볼래?"  언니가 김홍철 요들클럽을 회사에서 들었단다.

 

신기한 그 요들 소리..

요로레이디오..요로레이디에이..레이..레이..에이 ..에이..

언니의 입술에서 요술처럼 흘러나오는 요들 소리..

 

아마..언니가 불렀기에 내 마음에 가득해왔을까?

언니한테 한번 전해듣고..

 

인기많던 5학년..장기자랑..

난 다른 아이들이 하던 시시한것 말고..색다른 뭔가를 하고 싶었어.

그래서 하루는 집에서 언니가 가르쳐준 그 요들송을 불러보기로 결정을 했지.

 

드디어!  장기자랑에 내가 뽑혔어.

내 요들송..교내에서 인기 최고로 뽑혔지.

근데..전에 언니가 사준 드레스 말야..그거 진짜 드레스였는데..내가 입어서..가짜 같아서 늘 마음이 그랬잖아.

노래까지...가짜 요들송이 되었다니...쯥쯥..

 

중학교, 고등학교...난 요들송을 늘 불러댔어.

요들송을 부르면서 젤 먼저 사람들의 모습을 보거든..

그때 그들의 모습..날 황홀하게 만들어..히히

 

웃음으로 시작했다가..결국은 웃음으로 끝나는 그런 느낌을 주거든..

남들이 눈치 못채는, 사이비 요들송을 나는 아직까지 부른다니까..

 

(제 닉이 그래서 요들입니다. 여러분들께도..하니요..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