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family stories)

Simple Life?

yodel 2006. 1. 7. 13:35

"I lead a simple life now.  I am foolish, an old man in love,

a dreamer who dreams of nothing but reading to Allie

and holding her whenever I can.  I am a sinner with many faults

and a man who believes in magic, but I am too old to

change and too old to care..."

 

"나는 단순하게 살고있어.  어리석고, 아직도 사랑에 빠져서..할 수만있으면 알리를 안아주고 책을 읽어주면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꿈을 꾸는 늙은 남자지!  잘못도 많이 하는 죄인이고..아직도 기적을 믿는 그런 남자, 하지만 너무 늙어서 바꿀 수도 없고 더이상은 상관하고 싶지않은..."

 

(The Notebook 에서 노아가 치매에 걸린 아내 Allie를 방문하기 전에 중얼거리던 말)

 

어깨를 잡으면 부스러질듯한 작은 체구의 외할머니..

젊은 시절의 어여쁘시던 모습은 여전히 남아있는데 눈동자엔 회색의 기운이 감돌고..

외손녀가 왔다는데도 반갑게 맞이 하시지 않으시는게...

 

"할머니..저예요.."

겸연쩍게 나를 쳐다보시며 외할머니 눈길을 돌리신다.

그러면서 아이들 줄줄이 나를 따라 나서는걸 보시며..

"언니가 동생들 잘 봐주는고만이!! 이뻐..잘 봐야쓰지..아암..."

 

엄마의 안스러운 표정에 나도 눈치를 채고는..

핏줄이 훤히 보이는 그 갸냘픈 손을 두 손으로 잡고는 말없이 바라만 보았다.

 

안방의 전화선을 만지작 거리시며 하루를 시작하신다.

중얼 중얼 거리면서 고개도 갸웃거리시고..화를 잔뜩 내실 모습으로..

그 검정 선을 호령하신다. 그리고는 선을 빼버리신다.

 

"할머니..미국에서 전화 올일이 있는데...전화선을 빼시면 어떻게.."

"그 놈을 빼야..내가 살어이..암 내가 살지이..." 입을 삐쭉 빼쭉 내밀면서..할머니는 왼수인 그 전화선을 빼놓으셨다.

 

새벽녘..곤하게 잠을 자고 있는데..엄마의 소리가 들린다.

"야..빨리 일어나야..할머니가 없어지셨어.."

자다 말고..벌떡 일어난 시간..6시도 안되었는데..

 

고속도로로 향해 뛰면서..엄마는 아랫쪽으로 나는 윗쪽을 맡기로 했다.

혹시 물속으로 가신건 아닌지..혹시 길을 잃어 버려...혹시..혹시..

가슴이 아파 마음이 찢어지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자식이 보는 어머니의 모습에..

나도 가슴이 아프다.

 

저기 멀리서 어떤 학생을 붙잡고 이야기 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할머니!!~"

"어...왔어?"  벌컥 잡는 내 손이 반갑다는 듯이 나를 반긴다.

"할머니..새벽부터 어디 가셨드랬어요?  찾았잖아요..빨리 가요!"

"그려..내가 얼마나 기다렸다고...기둘렸지...암...오래 기다렸어..반가워...."

"할머닌...제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야야...내가 널 누군지 몰러?  우리 XX..."

 

딱 한번만이라도 내 이름을 불러주신것에 나는 감사했다.

외 할머니..엄마를 키워주시고..자식들을 키우면서 그렇게 기억을 잃으실거라고 생각이나 했었을까?  아이마냥 미소를 지으시며 나를 바라보시던 외 할머니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 외 할머니를 기억하면서 내 엄마의 모습을 다시금 되새겨 본다..

사랑이란 단어로 표현을 하지는 않지만...글 속의 노아처럼..이생을 사랑으로 감싸주며 사시는 우리 엄마..지극히 평범하면서도 한 사람에게 베풀어야 할것을 주면서..결국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느끼는 이런 삶을 내 엄마도 느꼈을게다.

 

지난 여름 세상을 떠나신 우리 외할머니의 정겨운 목소리가 들린다.

"야야..내가 널 누군지 몰러? 우리XX.."

 

"I open the curtains, and the moon stares back, large and full, 

the guardian of the evening.  I turn to Allie and

dream a thousand dreams, and though I know I should not,.."

 

"커튼을 열어보니 밤의 가디언인 큰 보름달이 우리를 향한다.  Allie를 보며 다시 꿈을 꿔본다..이러면 안되는걸 알면서..."

 

글속의 노아는 마지막까지 꿈을 놓지 않는다. 그녀를 안고..그녀에게 늘 하던 사랑을 표현하는 그때...그녀에게서.." Oh, Noah...I've missed you."

정신을 잠깐 찾았던 그녀에게서...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것에..기적이라는것을 맛본다.

 

기적이 이런것이 아닐까?

기적이 생긴다.

기적이 있다..그런곳엔 사랑이 늘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