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this and that)

파마나 해볼까?

yodel 2006. 3. 24. 03:38

 

나...

나말이야..

설겆이를 하다가 갑자기 눈을 가리는 머리카락이 귀찮은 느낌이 들었어.

난 말이야..

먹는거나..아이들 필요한 것들이나...혹시 필요한 가구들에겐 돈을 쓰고 싶은데...

머리에 돈을 쓰는것을 참 불필요한거 라고 생각하며 살어.

 

특히 미용실에 가는거 참 배 아프게 생각하지.

한국과 달라서..이곳은 팁을 줘야 하거든..

머리 파마가 50불 정도 하면..거기에 얹혀서 2-30불은 더 주어야 하잖아.

그러면 80불(80000원정도)을 머리에다 주고 되돌아 온다니까....

 

머리 생각하니까 옛날에..고등학교를 막 졸업했을때가 생각이 난다.

울 엄마 아직도 사춘기를 못 버린 내 모습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며..

동네에서 제일 잘하는 미용실에 데리고 갔어. 우리 엄마가 젤로 머리를 잘 하는 곳이라면 말야..

아마 제일 싸고 머리가 잘 나오는 곳일거야.

 

여튼 엄아가 잡아끄는 손에 질질 끌려...

몇 시간후에 거울에 비친 내 모습..뽀글 뽀글한 흑인 여자? 였다.

내 모습을 본 울 엄마 " 그려..내가 뭐라고 그맀냐이? 잘 나왔다이...잘 혔어.."

 

**

 

남편의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이 생각, 저 생각에 큰 마음 먹고 머리를 해야 겠다 생각했지.

알링턴 시내를 걸어다니다가...어떤 세련된 남자들이 미용사인 그 미용실을 보게 되었어.

 

옷도 세련되게 입고 홀쭉한 한 남자와 그 정도면 봐줄만한 적당한 덩치의 남자가 있었어.  전화번호를 가져와 약속 시간을 정했다.

그때 Meg Ryan 머리 스타일이 참 유명했거든...

그 정도의 머리 스타일이라면..남편 졸업식에 좀 화려하고 세련되게 갈 수있을거라 생각하곤...

 

의자에 앉었어.

홀쭉한 남자가 아니고..적당한 덩치의 남자가 나에게..

자기가 " Steve" 라며..내 머리를 하겠다더라!

 

느긋하게..사실 너무 오랫만이었고..여자아닌 남자에게 서비스를 받는다니까..

어색하기도 했지만..일단은 세련되고픈 마음에....용기를 내었지.

머리를 어떻게 하고 싶으냐는 말에..

"Meg Ryan" 머리로 해주세요!!

 

글쎄..그가 나한테 Meg Ryan이 누구냐고 물어보는거야.

그 유명한 Meg Ryan도 모르고...When Harry met Sally...부터...그녀가 나왔던 영화들을 들춰주었는데도...그는 상상을 못하는거야.

 

그래서 그는 내 머리를 자기가 상상한 Meg Ryan의 머리로 잘러주고......!!!

집에 와서 그 머리 뒤집어 까느라고 참 고생좀 했다.

세상에나 미용사가 그 유행하는 헤어스타일도 모르는 사람이 어딨냐고...

그 머리 자르고 아마 50불을 주곤 배아파서 집에 돌아왔어.

 

**

 

난 내 남자가 가지고 있는 손을 믿어.

피아노를 치는 내 남잔..자질 구레한 작은 일들을 잘해!

어느날 한 밤중에 남편 일을 시키기로 했어.

 

아이들 다 재워놓고..

남편에게 모든 기구를 가져다 놓고선..

파마를 해 달라고 했지.

 

롤을 감는 방법이 처음엔 서툴었지만..

20분쯤 지나니까..좀 나아지더라.

머리를 돌돌 말아...약을 뿌리고....20분 지나서......중화제를 바르고...기다려...

그의 착한 손은 내 머릴 그렇게 왔다리 갔다리 했어.

 

처음으로 작품을 만든 그는 참 뿌듯해했어.

그의 어머니..울 시어머니...왈.."세상에 우리 아들이 머리까지 할 수있다고?.."

참 감격스러워 하더라니깐...

다 누구 덕분인데...머리에 돈 쓰는게 아까워...훈련을 잘 시키는 며느리 덕인데..

아마 우리 어머니 속이 좀 상하셨을거야...참 못된 며느리....

 

**

 

이번 시험이 지나고 나면 남편에게 또 일을 시켜야 할까보다.

힘들게 긴 머리..자르기는 그렇고..파마나 한번 해볼까?  15불 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