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this and that)

어린 시절의 나..그리고 어린 자식들

yodel 2006. 2. 21. 21:14

 

리어카에 실린것은 하나가득 수박들과 그리고 오빠와 나였다.

엄마가 끄는 리어카에 어린 우리들은 신이나기만 했다.

수박들이 가득한 이 한 여름엔 더욱 더..

 

한참을 가다가 울퉁불퉁하게 생긴 수박 한덩어리가 밀치고 달치고 그러다가는 다른 수박을 밀어 우르르르 리어카 밑으로 떨어져 버렸다. 뜨그르르륵~ 파삭~ 빠알간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고 깨소금이 하나씩 박힌 마냥 얼굴이 보이는 씨들..그리곤 어김없이 흐르는 수박물들...

 

수박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 내 모습..환한 미소를 지으며 혀로 입 가심을 쓰윽..

오빠의 걱정스러운 소리에 힘겹게 끌던 리어카를 멈추고는 엄마의 안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아이고이....이걸 어찐다냐이..."

땡볕이 따가워서 어디 앉어 쉴 그늘 조차없는 길에 퍼석 주저앉은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며..

"엄마...깨진거...나 먹어도 되?"

"그려야지...어떡하건냐..."

 

사막을 걷다가 샘물을 발견한것처럼 수박은 그렇게 내 입을 시원하게 해주었는데..

엄마의 마음은 그게 아니었을거다.

팔아야 되었을 수박들이 그런식으로 깨져 하루에 벌어야 되었을 삶의 조각들이 무너져 버린것이다.

 

**

 

"누구네집 딸은 청소도 잘하고 얌전하고 그런다던디...너는 왜 이렇게 날 속상하게 만드는기여?"

엄마의 목소리가 동네 사람들이 들을 수있도록 메아리 쳐 울린다.

내 머리속엔 그런 말을 하는 엄마도 참 이상하고, 물론 청소에도 관심없는 내가 무언가 잘못은 있지만서도...요새 세상이 어쩐? 세상인데..이런 좋은 날씨에 집 구석에 쳐 박혀앉어 방바닥만 닦는게 좋은것인지..

 

매번 듣는 그런 말 귓전엔 작은 파리 한마리 정도 앉았다 생각하고 나는 그날도 밖으로 향했다.

" 야...다들 모인거여? 후레쉬는 가져왔고?.."

"하얀 수건도 가져왔지.."

"그려..그려..수건 가져오믄...잘 될거여.."

"가자..으흐흐흐.."

 

우회도로 아래로 줄줄 흐르는 시냇물 앞쪽으로 보면 100미터 지점으로 하나씩 있는 샘물이 있다.

겨울엔 따뜻한 물이 있어..손담그기도 좋고, 여름엔 차가워서..멱감기 좋고..

"우와..고기들이 많이 있네.."

"그려..그려...거기에다 놓아봐..하얀수건을 돌로 눌러 놓고..그 위에 후레쉬를 켜...크크크.."

"야..너무 시끄럽잔여...조용히 혀...그려야..고기가 잘 잡힌다는거 아니냐이?"

 

"아니? 이게 다 뭐다냐? ㅎㅈ야...! 이런 계집애 같지도 않은 ㄴ..!"

엄마의 화가 난 목소리가 단잠을 깨운다.

 

**

 

한가로운 일요일이다.

어른들은 아침준비며..집안 청소며..하루종일 집안일로 바쁜데..아이들은 저희들만이 즐기는 휴식?이라고 들썩들썩하다.

우리는 일찍 교회를 다녀오기에 집에 오면 바로 점심 시간이다.

점심먹고 일상에 벌써 부터 지친 어른들은 낮잠을 자러 가는데...

 

우르르르~

후다다닥~

층계로 뛰어 오르락 내리락~

"여기 없어...그러니 아랫층인가?"

"ㅋㅋㅋ..내 방에도 몇개 남었는데?"

"찾었다.."

"ㅎㅎㅎ 하하하..."

 

"좀 쉬려고 그랬더니..왜 이렇게 시끄러운거야?"

"우리 보물 찾기 하고 있었는데.."

욱박질러봤자...아이들이 내 마음을 알기나 할까?

고것들 키우느라 피곤한 이 부모의 마음을...

에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