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this and that)

화창한 날씨에 무슨?

yodel 2006. 3. 16. 02:09

 

아름다운 봄이다!!

곳곳에 꽃들이 활짝 피고 나뭇잎이 이곳 저곳에서 손을 힘차게 들곤 환호성을 치는 봄날...

따뜻한 바람도 살짜기 내 얼굴을 스치고 가건만...

나는 콧물, 눈물, 그리고 목도 까실까실한...감기 기운같은 봄 알레르기에 걸렸다.

마음과 눈은 아름다움에 취해있건만....몸은 봄에 대한 알레르기에 앓고 산다.

 

결혼후~

잔듸가 파랗고 아름다웠던 어느 5월에..

갑자기 남편이 밖엘 못 나간덴다.

"자기! 왜..그래?"

"알레르기.."

"무슨...알레르기? 설마...그런거 왜 있는데?.." 나는 남편이 밖엘 못 나갈정도의 알레르기를 가졌다는게 새삼스러울 정도였다. 참 의심적은게...

날씨도 좋고..아름다운 이런 화창한 봄날에..

밖을 못 나간다니...쯥!

남편은 그 5월을 되도록이면 집안에서 지내야하는 그런 갇힌 신세로 하루 하루를 보냈다.

 

4년후~

봄날에...

갑자기 시작한 나의 알레르기..

남편은 한달만 하면 된다지만..나는 3월부터-5월까지..꽃가루와 어떤 나무들로 인해...

코맹맹이가 된다. 잠잘땐 입을 벌리고 숨을 쉬고..눈을 비비다못해...아예 쥐어 뜯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매번 반복이다.

남편이 알레르기를 한다고 했을때..

콧방귀 뀌던 나였는데...그래서 벌을 받은것일까?

미국 산지 이제 14년이 되어간다.

나는 10년동안 꽃피는 봄이 돌아오는 날엔 마치 무슨 행사를 하는냥..

콧물을 질질 흘리고...눈물도 흘리고....입도 한가득 벌리면서...숨을 쉬고 산다.

 

갑자기 신혼때 있었던 일이 생각이 났다.

방 두개 딸린 콘도에 사는 한 젊은 부부가 우리 부부가 불을 켜야만 보이는 우리 지하방의 처참함을 불쌍하게 생각해서..자기네 방 하나를 우리에게 나누고자 제안을 했었지.

 

집에 가보니..꽤 트이고, 현대식으로 지어져서...맘에 들기도 했었다.

임신 몇개월인 나였기에 남편은 잠깐 동안이라도 그 집에 있다가 방을 구해 나가자고 제안을 했고..헐레벌떡 따라나선 나였지.

 

근데 그집 화장실은 하나밖에 없었어.

그 화장실 우리 방 바로 옆에 있어서..사실 개인적으로 참 잘됬다 생각했어.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화장실 가는거..임신한 사람한텐 정말 중요하잖어.

 

밤엔 바로 옆이라 금새 왔다리 갔다리 했었는데..

남자들이 없는 낮엔 그 주인 여자랑 나만 이었지.

근데 꼭 내가 가고 싶을때..그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있는거야.

30분..1시간...그리고 2시간..처음엔 곧 나오겠지 하고..기다리다가...나중엔 문꼬리를 붙잡고 발까지 꼬면서..기다렸었지.  아마..그게 하루 몇번씩..

 

그 여자..화장실에서 담배도 피고..모든 스트레스를 그곳에서 푸는 여자였던거야.

그땐...참 이해를 할 수가 없었지.

하필이면 무슨 화장실에서?

 

대학교때 사랑하던 사람을 부모님이 반대해서..

유학오는 총망한 현재 이 남편에게 떠 맡겨지게 되었데.

그 남자를 너무나 사랑해서 자살까지 기도한 여자였는데...

부모님의 억척으로 이렇게 맞선보고 결혼해서 미국까지 오게되었던거야.

 

그래..그 여자한텐..현실로 보여지는 세상에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없었던거야.

그래서 늘 화장실로 들어가 울기도 하고...담밸 물고..자신이 사랑한 그를 못 잊어한거야.

 

나는 그런 그 여자를 솔직히 이해할 수가 없었어.

나랑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사는 여자라서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았지.

그땐 말이야...

 

세월이 흐르고 나니...내가 오만가지 경험을 하면서 살고 있다 생각해본다.

알레르기도 생기고..남편의 고생하는 날들을 느끼게 되었고..

이제 여러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이 느끼는 삶에 미미한 내 감성도 배우게 되었다.

세상엔 화창한 날씨에도 나갈 수없는 사람들도 있고..

하필이면 화장실에서 자신의 안식을 찾는 사람들도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