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family stories)

귀찮게 하는 엄마

yodel 2007. 2. 5. 10:54

넘버원은 신이나서 방방 뛰는 모습으로 운전하는 나에게 물어본다.

"엄마..읽을 책은 가져왔어?"

"응.."

"엄마...내 친구들 앞에서 약올리지는 않을거지?"

"요녀석아...엄마의 임무가 너 따라다니면서 괴롭히는거야. 가만히 안 놓아둘거야...이리저리 따라다니면서.."

"설마...."

"봐라...니 엄마의 모습을 확실히 보여줄테니깐..흐흐흐"

언제부터인가 다 커버린 넘버원~ 몇주째 친구들과 금요일 저녁을 스케이트장에서 놀겠다고 한걸..오늘에서야 데려다 주게 되었다.

나는 내 자식이 어디서 무얼하는지, 그곳에서 누굴 만나는지, 만나서 어떻게 노는지 꼭 알아야 하는 그런 사람이다.  만으로 12살 반이 넘은 넘버원의 친구들..남자 아이들뿐 아니고 여자들도 섞여있기에 그냥 데려다 놓고 편하게 돌아올 수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렇게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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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부터 내 손을 꼭 잡고 뛰어가듯이 가는 내 넘버원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이제 내 손아귀를 벗어날 요녀석이기에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는 말이 더 맞을듯하다.

금요일 밤의 스케이트장은 수많은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넘버원은 신발을 신고서 기다리는 친구들을 향해 반갑게 걸어간다.

네, 다섯명의 여자애들이 넘버원을 보더니 이제서야 왔냐며 너무 반기는 모습에~아들가진 엄마의 어깨가 사뭇 높아지는 그런 느낌.."요녀석이 인기가 좀 있나보지?"

나는 넘버원의 친구들을 개구리를 해부하듯이 위아래로 뜯어본다.

머리서부터 발끝까지..목소리부터...행동까지~ 머리속에선 혼잣말로 계속"너는 됬다..흠...귀엽게 생겼네..착하긴 한가보다...넘버원은 이런 친구들과 사귀는게 좋겠지..등등" 옹알인다.

친구들과 스케이트 링으로 들어가는걸 보고나서 나는 자리에 앉았다.

읽고자 하는 책을 열었지만..글씨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넘버원이 한바퀴, 두바퀴...쓰윽 생생 달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한때 나도 그랬긴 했는데~

그러면서도 미국 청소년들의 행동이 어떤지 모르기에 혹하는 마음으로 왔긴 했지만..넘버원과 그 친구들의 건전한 만남에 안심을 한 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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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온 넘버원은 엄마가 참견한 그 날에 대해 농담하듯이 이야기를 한다.

"엄마...크리스랑 엄마에게 손흔들때 말이야...내가 그랬지. 울 엄마 참 괜찮지?"

"그랬더니..크리스가...그러게 네 엄마 엄마치고 괜찮다야..그러데..."

요녀석 "괜찮다"는 말을 약올리듯이 강조를 하며 힌트를 준다.

진짜로는 "엄마...나좀 믿어주시요...인제 나 안따라와도 되요..."이겠지~만...

13살 될때까진....나 귀찮게 하는 엄마로서 살거다. 그게 내 임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