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미국 사는 아줌마의 일상)

봄맞이 근육운동

yodel 2007. 3. 4. 02:35

끄응~

바지가 안 맞는것이...

겨우내내 북극의 곰이 된 나의 비극이다.

남편에게 마지못해~

"자기..나 바지사러 쇼핑해야 할까봐..맞는 바지가 없어."

"살빼서 그냥 입으면 되지..뭐하러 돈을 쓰려구!" 남편이 하는 말에 나는 비꼬면서..

"살빼는게 쉬운일이면....벌써 했겠다. 아이...정말~"

 

그렇게 버티다가 어느날 샤워에서 막 나온 내 모습을 안 볼 수가 없었다.

삐죽삐죽 삐져나온 그 살더미들이 내 몸을 정복해 승리의 환호성을 지르는 소리가 들린다.

손으로 허리쪽에 철퍼덩 퍼진 그 살들을 잡어본다.

팔아래로 축쳐진 그 나머지 살들...보기도 참 흉하다.

아~ 옛날이여...청춘의 매직같았던 그 날들은 어디로 가고 중년이란 비극을 맞이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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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느긋한 선율이 흐르면서 서양 여자치고 작고 아담한 그녀는 오늘도 속삭이듯이 말을한다.

"@#$!!"

인도말로 옹시렁 궁시렁..손을 맞대어 인사를 하고 요가를 시작하는것이다.

나는 그녀를 따라 손을 뻗어 숨을 고르게 쉬고, 들이마시고...안하던 짓을 한다.

뭐..일단 근육을 살릴라면 이런것 쯤이야...

다들 조용하게 따라한다.

방은 쥐죽은 듯이 조용하다. 오직 그네들의 숨소리뿐으로~

그러다...

그녀는 " 숨을 들이마시고..혀끝을 편안하게 하세요." 나...벌러덩 누워버릴것 같은 느낌이다.

ㅋㅋㅋㅋ 어떻게 사람이 혀까지 편안하게 만들 수있다는 말인지....요가를 하다보면 정말 혀까지 요리할 수있는 재주가 생긴다는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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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정도 느린 속도로 나는 뛴다. 아이들의 MP3플레이어를 귀에 꼽고 들리는 음악에 집중을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나머지 30분동안 헬스클럽의 온갖 장치를 사용하려 노력해본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은..어떤 근육을 강하게 할수있는지 그림을 보면서...

"아하...가슴과 그 옆 선의 근육이 생기겠고만...어머..나중에 더 탄력해질 내 그것을 상상하며..."미소를 띄워본다. 하지만...30파운드를 들어올리는거 보기보다 쉽지가 않아 난 땀을 질질 흘리고 만다.

옆구리, 어깨선..다리...끝나고 나는 매맞은 사람처럼 오리걸음을 걸어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봄맞이 근육운동 땜시롱...매밤이 "우.....흐.....이......" 소리로 메아리를 친다.

 

그날은 운동을 하고 에이미집에 가는 날이었다.

그녀가 아침에 나랑 잠깐 걷고 싶다고..오랫만에 날씨도 좋으니 걸으면서 그동안 못 나눴던 이야기를 하자하더라.

물론 땀을 실컷 뺀 나는 걸어간다기에 훨 좋다 생각을 했지.

에이미는 키가 상당히 크고 다리가 참 긴 여자다. 그녀의 어깨선에 닿는 나는 그녀를 따라가는게 느린 속도로 뛰어가는것과 같다. 그녀는 나에게 이런말을 한다.

"나랑 오늘 운동 같이 하자고 너한테 전화한거야..동네 한바퀴를 돌면 어때? 날씨도 좋은데..."

동네 한바퀴...나같이 며칠 운동하고 있는 사람한테 그런일은 아무것도 아닐거라 말하며 난 자신감있게 대답했다.

그런데.....가도 가도 끝이없는 동네 한바퀴인거야..발바닥이 이젠 따가워지기 시작한다.

에이미집에 도착했을땐 한시간 반동안이 지나있었다. 그 날 저녁부터 며칠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있어야 하는 비극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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