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this and that)

한국 문화 가르쳐주기!

yodel 2007. 5. 17. 11:14

꿈을 많이도 꾸는 나는 가끔 길을 잃어버리거나....오랫동안 시험지를 풀고 있는 그런 나를 꿈속에서 본다. 그런 것처럼 외국 생활이라는게 하루만의 연습으로 이루어진게 아니라는걸 늘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게 15년전에 있었던 일이었으니..그간 나의 생활도 습관도 미국인과 얼버무려져서 나는 그렇게 산다.

사실 15년전 비행기 타기전에 나는 얼마나 무서웠던지...혹시나 공항에서 길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집을 찾으며..심지어 가계에 가서 물건을 어떻게 산담?..등등의 작은 것들에 대해 공포감마저 느낄 정도였으니~

 

나만 그렇게 느끼는 줄알았다.

미국인들은 영어도 잘하고 그리 사니 내가 느끼는 그런 어려움은 느끼지 못할거라 생각하며 살고 있었다.

아들들이 어렸을적에 우리가 속한 교회엔 유난히 외국인이 없었다.

우리가 그곳에 속한 유일한 색깔있던 황인종이었다.

조심조심 반기며 그곳의 아줌마들은 정중하게 나에게 "한국에 대해 가르쳐 줄 수있으세요?" 하며 물어보더라. 나는 기꺼이 성심성의것 가르쳐주마 하고 약속을 했다.

한복도 입고..그동안 신지도 않았던 고무신, 버선..등등..기본 음식~ 김치, 밥, 불고기, 그리고 잡채를 만들어 가지고...한국의 노래인 "아리랑" 까지 가르쳐주었다.

그런데...노린내나는 미국 아줌마들...김치의 색을 보더니 펄쩍 뛴다. 그리곤 결국..불고기만 쬐끔 집어먹고 다른 음식은 그대로 놓아두더라.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와 잊고 살았었다.

그리곤 6개월후..

제법 교회안에서 친구들도 사귀고 내 성격을 안 아줌마들..

또 물어본다. "한국 음식 좀 가르쳐 주시기?"

나.."참말로 무슨 말씀이삼? 6개월전...한태기도 안 먹드니만 시롬.."

대답하길.."무슨 그런 귀신 당나귀 같은 말씸? 언제 만들었다고 그러삼?"

 

나는 수많은 아줌마들을 모아놓고 한국 음식 요리실습을 했다. 그 다음부턴 누린내나는 아줌씨들 마늘 냄새 풍기는 내 음식 만들어 먹는다 야단이다. 그러고 생각해보니 그들도 내 문화를 몰라 받아들일 수없다는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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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2년동안 나는 킥복싱 클래스에서 군사훈련 비슷하게 훈련을 받고 있는 중이다.

그곳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 최소 연령은 서른 셋(만)..그녀가 르넷이라는 선생이다.

르넷은 남미에서 이민온 부모에서 태어난 미국여자...키는 나만하지만 온 몸이 근육으로 단단하고 작은 등치지만 우렁찬 목소리를 가진 활달한 여자다.

 

그런데 그녀는 무슨 연유에선지 내 이름을 물어본적이 없다.

어쨋거나 뭐 상관없이 나는 열심히 빨빨거리며 발도 차고 손도 올리고 뒷발차기 옆발차기.....끙끙거리며 잘 따라서 했다.

어느날...

보통은 수업시간에 르넷이 맨 앞에 서있고..뒤에 두세명씩 서너줄로 서서 경쾌한 음악과 함께 우리는 한시간에  킥복싱을 따라 하는데~

그날따라 르넷은 수업을 다르게 하는거다.

갑자기 친구들의 이름을 한명씩 부르면서.."앤디..이 동작은 네가 맡아서 할 동작이다.." 하면 우리들도 다들 따라서 그렇게 하라고 한다.

 

그렇게 한 사람씩 이름을 부르는 동안 나는 속으로  좀 걱정이 들었다. 르넷 내 이름도 모르는데 어떻게 할건가 하면서..

어느순간에 발 빠른 그녀는 내 옆에 서있다.

그러더니만 나를 손으로 가리킨다. " Honey...This is for you!"  (보통은 남편이나 아내에게 부르는 말로 허니를 쓰지만..이런 경우엔..Hey하고 비슷하다..) 끝내 내 이름은 없고 난 허니가 되었다. ㅋ

 

자존심 강한 그녀...내 이름 물어보면 발음 따라 하지 못할까봐서......언제나 용기가 생겨 물어볼지~

카드를 써서 감사하다는 이유로 이름을 적어 가져다 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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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이 미국 사람들 이름배우기 힘든것처럼 미국 사람들에게 한국 이름또한 힘이든다.

생소한 문화라고 마음의 문을 그냥 닫아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글을 써본다.

조금씩 알아가면 익숙해지는 습관처럼.....문화도 그렇게 배우지 않나 생각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