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미국 사는 아줌마의 일상)

나의 발렌타인이여~

yodel 2008. 2. 15. 12:47

"흥...누가 언니랑 노나 봐라!" 대문을 꽝 닫으며 기화는 나랑 더 이상 상대를 안하기로 마음을 먹었던것 같다. "뭐...누군 놀 친구가 없어서 나를 문전 박대하는 너랑 놀까봐?" 나도 심술 가득한 입술을 씰룩쌜룩 거리며 기화에게 목청이 다 닳도록 소리를 질러댔다.

 

내가 동네에 새로 이사온 숙진이네 집에 가서 매일 논다고 기화는 못 마땅해했다.

그때 보기드문 이층집을 새로 지어서 숙진이네는 우리 동네의 부자집으로 알려졌었다.(순전 내 생각이지만)

허리가 뭉실뭉실했던 숙진이네 아버지는 설계 사무소 소장이라더라. 그리고 그 덩치가 큰 아버지완 달리 체격이 작았던 아줌마는 똥글똥글 얼굴이 둥그러웠던 모습이었지.

그 집에 함께 살았던 잘 생겼던 삼촌이 있었다. 그 삼촌은 숙진이네 설계 사무소에 일하는 친척이 아닌 삼촌이었다.

내가 숙진이네에 가있으면 늘 반겨주고 함께 놀아주었던 그 삼촌~ 경상도 사투리로 그리 전라도 촌년이었던 나를 귀여워했는데......아버지가 없었던 어린 나에겐(초등학교 6학년) 그런 삼촌의 따스함이 그래서 더 소중했었던게 아닐까? 

숙진이네 집에 가면 숙진이보다 삼촌을 더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날....삼촌이 결혼 한다고 예기를 꺼냈다.

난 마음속으로 배반감을 느꼈다. 분명 날 좋아한다고 말해놓고 어떻게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하고......그리고 날짜가 지나 어느새 날 좋아했던 삼촌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

마치 연기처럼~~

아마도 한 일주일동안(과장해서) 내 가슴엔 구멍 하나가 생겨 가슴앓이를 했었던것 같다.

그 삼촌을 정말 좋아했었는데...............ㅋ 아직도 생각해보면 나처럼 사랑을 쉽게 하는 그런 아이가 없었던것 같지. 삼촌 그리고 나의 발렌타인~~ ㅎㅎㅎ

**

거실 테이블앞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내딸 희은이~

나에게 절대로 그 자리에 와서는 안된다며 당부를 한다.

별 생각없이 난 그러마 하고 크게 생각을 하지 않았고 내 할일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짠 " 하고 나타난 희은이~

혼자 엄마를 위해 하트꽃을 만들어 종이 꽃병과 함께 "Happy Valentine's Day!"

어쩜 이리 이쁜 짓을 잘하는지...아! 나의 이쁜 발렌타인이여~

**

새벽녘 내가 잠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나의 반쪽인 그는 뉴욕으로 출장을 떠났다.

그저 아침이기에 난 버릇처럼 아랫층으로 내려와 샌드위치를 쌀 준비를 하려는데~

오븐위에 얌전하게 놓여져있는 이쁜 카드와 초콜렛!

거의 십오년동안 그는 늘 이렇게 나를 소중하게 챙겨줬다.

이젠 내 가슴안에 그의 가슴이 포개어져 누구것인지 모르게 변했는데~

어쩌면 이런 발렌타인스 데이로 더 붉어진 심장이 살아있다는 표현을 하는게 아닐까?

아! 나의 반쪽인 당신.....나의 발렌타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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