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미국 사는 아줌마의 일상)

땡잡은날..

yodel 2008. 5. 23. 10:42

유일한 내 한국 친구인 그녀가 오랫만에 전화가 왔다. (자주 만나는 친구를 말함)

"목요일엔 뭐하는데요? 함께 점심먹지..월남국수는 어때요?"

"희은이 학교 보내고 나면 갈 수있을거예요. 그럼 12시 괜찮으세요?"

*

시원한 바람이 잔잔하게 부는 가을같은 그런 날씨인 오늘이다.

오전내내 희은이랑 강쥐들 데리고 산책을 하면서 집집마다 고상하게 피어진 꽃들과 눈마춤을 한다음..

11시 25분이 되어서야 희은이 학교버스를 태워 보냈다.

강아지들을 주인에게 데려다주고 가벼운 차림으로 집을 나서려했는데...

손가락에 반지를 안꼈다는게 허전해 집으로 다시 들어갔다.

아이들 없는 집은 너무 조용해 오늘같은 날이 새삼스럽게 느낄정도였다.

거울을 바라보니 화장안한 내 얼굴이 초라해보여, 살짜기 콤팩트로 얼굴을 만져보았다.

눈밑에 잔주름이 몇개나 더 생긴것 같아 뚫어지게 나를 바라보다 집에 다시 들어온 이유를 잊어버린 나...

그리곤 얼굴에 여드름이 나지 않은것에 다행이라 생각했다. 왠 사춘기도 아닌데....이런것들이 난다니?

남편이 5년전 사준 가락지를 끼고 늘 가지고 다니던 내 검정색 핸드백을 집어들었다.

"다음주에 친구네에 이박 3일로 여행을 가는데...그땐 핸드백을 바꿔야지.." 하면서 현관문을 잠그고..

나는 차에 시동을 켰다.

*

내가 한국 친구라고 말하는 그녀는 사실 나보다 5살이 많다.

미국인과 결혼해 사는 그녀의 사고방식은 어쩌면 미국 사람같아서 언니라고 불리우는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해서 존대말 반말 섞어가며 그간 못 나눴던 우리만의 언어로 시간가는줄 모르고 몇시간을 보냈다. 그녀와 함께 이야기 하다보면..포근한 그녀의 말에서 인생도 배우고, 푸짐한 지식도 얻어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혼자 여행가기전에 이번엔 핸드백을 바꾸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시간나면 아울렛에 가야죠. 이것만 3년이상을 쓰니..산뜻한걸로 바꾸고 싶기도 하고.." 그녀가 내가 하는 넋두리를 듣더니만..."

*

여자는 가끔...자기가 원하는것 무엇이든..좋은걸로 사는게 좋다고 조언을 해준다.

나는 "근데요. 전 제 어떤 친구처럼 핸드백에 욕심이 없어요. 이쁜것 좋긴 하지만 그렇게 비싸게 주고 핸드백을 산다는게 상상이 안되요. 30불에서 40불정도 쓰는것도 좀 거북한데..."

그녀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생겼는지 윗층으로 올라가더니만 잠시후에 아랫층으로 내려오더니..

"사실 제가 안쓰는 핸드백이 몇개나 있어서 좀 그랬는데....골라서 하나 쓰세요." 그런다.

처음 핸드백은 "금강" 제품 그녀가 몇달전에 한국에 나가서 사왔다는..가방 안쪽에 명세서에 찍힌 가격표..ㅋ(37만원정도) "어머머...너무 비싸요. 색도 보라색에 더 가깝지만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핸드백...나에겐 사치스럽게 보이더라. 그런 핸드백은 롱다리, S자 허리에 딱인데....

아니 그리고 누가 준다고 해서 내가 덥석 받아들고 오겠냐 이말이었지.

"아니예요. 아웃렛에 가서 사면 되는데..."

*

그녀.."핸드백이 너무 많고 쓰지 않으니 이중에서 골라보세요. 이 밤색것은 어때요? 사실 내가 오래 쓰던것인데....잘 어울릴것 같아."

오래썼다는게 차라리 검소하게 들려서...그 밤색 핸드백에게 눈이 쏠렸다.

너무 화려하지 않고, 너무 트이지 않은 모습에 한 눈에 정이 갔는데........

"정말 가져도 되는거예요? 이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그녀 원래 돈지갑이나 핸드백을 선물로 줄땐 돈까지 끼어주어야 한다면서 몇불까지 내 핸드백에 끼얹어준다. 그녀가 건네준 핸드백 상표를 그제서야 발견했다.

아줌마들이 그리 갖고 싶어하는(나빼고..)Coach bag...내 생전 처음으로 비싼 가방 어깨에 걸치고 살게 된 그런 땡잡은날!! 

 

 

 뉴욕에 출장가있던 남편이 오늘도 내가 잘있나, 아이들도 잘 있나 체크를 한다.

그래서 오늘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더니...왈~

"돈 준다고 그러지 그랬어."

"코치 가방인데....400불 준다고 그럴까?"

........................!!!

그녀에게 감사하는 마음, 미안한 마음...기분이 묘한 그런 날....꽁짜로 얻은 핸드백땜에 가슴이 들뜬 그런 날~ 오늘은 요들이 땡잡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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