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미국 사는 아줌마의 일상)

"세탁기의 중요성"

yodel 2008. 11. 8. 12:59

"가스나는 빨래잘하고 얌전해야 쓰는거시여"

"방은 잘 닦았다냐?" "선숙이는 그렇게 얌전하니 집안일도 잘 한다는디..너는 어쩌케 동네 사내놈들이랑 싸 돌아다닌다냐이?...챙피혀서 죽겄어.."

지금 생각해보면 울엄마의 답답하셨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데....그땐 주변 사람들의 "여자"에 대한 틀에 늘 데모를 해대었던 어린 나였다. 뭐..여자는 태어날때부터 집안일만 해야 되는거냐고? 뭐..여자는 빨래잘하고 요리 잘하고..얌전해야만 하는것이냐고요? 

어릴적 엄마가 그런 말만 하면 세상이 불공평하다 생각했었던 나였는데...후훗...뭐 엄마말처럼 이젠 정말 주부가 되다보니 빨래잘하고(진짜 빨래 개고 정리하는것도 단순 노동이 아님) 얌전하게 집안일 한다는게 정말 중요하게 느낀다 이거지.  뭐 그렇다고 해서 한도 끝도없이 시간이 많지 않으니 머리를 써가며 이 힘든 세상을 살아야 된다고 소리높여 외칩니다!!

어쨋거나~~~

 (일주일동안 모여진 빨래감- 한통은 내 손으로 해결했음)

 

여느때처럼 나는 빨래 한가득을 세탁기에 집어넣고 모처럼만에 집안일을 하고 있었다.

남편도 그 날따라 일찍 퇴근을 해서 모두 거실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좀 한가로웠던 금요일이었다.

갑자기 기계가 먹통이 된듯한 소음이 들리는데..

처음엔 컴퓨터에서 나는 소리가 아닌가 했었는데..소리따라 올라가 보니 그것은 세탁기에서 나오는 소리였던것이다. 세탁기의 모토가 나갔는지....우왁.....

여섯식구의 빨랫감은 모조리 뜨거운 물에 담겨져있었고..모토가 나가서인지...돌려지지가 않고 있었다.

예전 어릴적엔 당근 가져가서 빨 수있었던 그런 일이...이젠 세대가 바뀌어 뭐든 불편하게 느껴지는것은 무언지...

물에 담그어진 빨랫감들은 아이들 화장실 목욕통에 가져다 놓는것만해도 큰일이었다.

난 옷들을 가져다 놓고선 바지를 걷어젖히고 자근자근 밟기 시작했는데.....

빨래를 행구고 짤때의 손힘이 어찌나 딸리는지..........아마 두시간동안 일주일동안 쌓였던 세사람분의 옷들을 빨고 있지 않았나 싶다. 그러고 나니...어깨도 쑤시고 허리도 아픈것 같고..정말 할짓이 못되더라.

*

세탁기를 사러 갔다. 미국은 물건을 사고나면 바로 배달이 되지 않아 빨라야 수요일까지 배달이 된다고 그러더라. 그러고보니 밀린 아이들의 빨랫감을 빨아야해서.....아이들을 동원해 우리는 빨래방으로 향했다.

 (빨래방의 세탁기들)

 (두시간동안 가져온 책이나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떼웠고..)

이번 경험을 통해서 세탁기의 중요성을 몸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깨닫게 되었답니다.

세탁기를 만든 분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진짜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이젠 세탁기뿐 아니라...세탁기안에서 빨래가 모두 접혀져서 차례대로 나오는 그런 세탁기를 만들 차례가 아닌지....ㅎ

 

 

 

'Life(미국 사는 아줌마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쇼핑~ 추수감사절후 "Black Friday"세일  (0) 2008.11.29
"엄마"의 일상  (0) 2008.11.14
결혼식에서~  (0) 2008.10.18
인사 남겨요!!  (0) 2008.09.20
일상 도피 여행  (0) 2008.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