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미국 사는 아줌마의 일상)

오늘은 남편의 그 날

yodel 2005. 9. 18. 12:45

 

(토요일 오전 9시..사람들이 모이고 있는 중입니다.)

 

넘버원과 넘버투는 벌써부터 일어나 만화를 보고있는 토요일 새벽이다.  오늘은 남편의 두번째 Race가 있는 날이다.  남편은 오래전부터 이 Race를 위해 매일 10Km를 뛰었고, 오늘을 기다렸는데..갑자기 10K가 5K로 바뀌었다고 조금 실망한 눈치였어도 여전히 좋은 이유로 뛰는거라 마음이 들떠있기도 했던것 같다.  한국에서 달리기를 잘하면 무슨 상을 타거나, 트로피를 주거나 그랬기에 미국에서는 이런 달리기 경기에 참여할땐 돈을 내고 하는 것에 조금도 익숙해지지 않은 나다.  돈을 내고, 땀을 흘려가며 뛰어서 뭘한담?!!  어쨋든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리 남편의 결단심과 목표때문에 눈 꼭감고, 실컷 응원해줘야지 하면서.. 우리 삼총사랑, 넘버원, 넘버투의 친구와 딸래미를 봉고차에 태우고 우리가 사는곳에서 한 시간 떨어진곳에 갔다.

Old Town Alexandria라는 곳은 Boston과 같은 냄새를 풍기는 곳이다.  빨간색의 벽돌로 지어진 빌딩들, 대체적으로 작은 하얗고 조그마한 커피샵들, 그옆에 가지런히 오래된 냄새가 풍기는 서점들이 줄줄이 연이어 마치 이야기나 하는 것처럼 서있고..오늘은 장이 서는 날이었는지..상큼하게 보이는 연두색의 배랑, 사과랑, 멀리서봐도 먹음직스러운 여러모양의 빵들도, 알록달록한 꽃들의 부케도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있는듯하다.  그리 바쁜 시내를 약 2분정도 벗어나고 나니, 이젠 작은 길에 빽빽이 서있는 차들, 그 밖으로 걸어가는 남녀노소 막론하고 짧은 운동 바지에 번호판을 앞에 달고 다들 경기가 시작하는 곳으로 향하는 듯했다.  주차를 하고, 마음이 그냥 바쁘기만 한 남편을 따라, 주섬주섬 아이들을 끼리고 향했는데...

왠 이런일이..정말 수도 없는 사람들이 이곳에 모인것이 아닌가?!  큰 텐트가 이 공원의 중간에 쳐져있고, 그 곳에서 등록하고 번호판을 가져가라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는 사회자가 모두에게 "걸프코스트를 위한 5키로 뛰기와 걷기에 와주셔서 환영한다"는 말과 함께 "이렇게 많은 사람이 와 줄지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경기는 예정시간 보다 조금 늦게 시작한다"라고 말했다.

사실 남편 따라가는 것만 생각하고, 더 이상도 생각하지 않았던 나에겐 눈을 키워준 날이기도 했다.  카트리나로 큰 타격을 받은 사람들을 위해 이 처럼 많은 사람들이 행사에 참여해 도움을 준다는 동기도 나에겐 놀라운 일이었다.  젊은 사람, 뼈만 앙상한 할머니, 뚱뚱한 아줌마..개를 가져온 사람들, 연인들, 유모차를 가지고 온 새댁, 모두 할 것없이...

경기에 참석하는 모든 사람이 목표지점으로 돌아올때를 기다리면서 아이들과 잔잔한 호수가 보이는 곳에 앉았다.  한가로이 지나가는 사람들, 남편이나 부인을 기다리는 사람들..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음악을 바꿔주는DJ..파란 하늘엔 하얀 구름이 둥실 둥실 떠다니고,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는 바람도 잔잔하다.  날씨도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마음을 아나보다.  카트리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해 잘 뛰라고...

 

 

 

(경기가 끝나고 아들들과 찰칵)

 

9월 27일..갑자기 글을 써놓고 둘러보다가 사진을 다른곳에 넣는 그런 실수를 했지뭡니까?  뭐 대충 이해하시리라 믿는데도..다시 원 상태로 돌려놓아야 해서..결국은 바꿨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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