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family stories)

울 아버지와 엄마를 생각하며..

yodel 2005. 10. 23. 00:59

 

 

음력으로 시월 육일이 제 생일입니다.

1969년 11월 15일이 제가 태어난 날이지요.

 

울 아버지..저기 줄포근처에서 아들넷인 농부의 막내 아들로 태어나, 머리가 특출해서 전주로 유학을 갈때..할아버지께서 있던 큰 소를 팔아 보냈더라군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요?!!  제 기억에 하나도 없읍니다.

 

울 아버지..제가 태어나고 일년이 막되어 돌아가셨데요.

아프셔서..

 

아주 꼬마때..집에 색색이 꽂혀있던 동화책들을 보았죠.  아버지는 제 언니에게 글을 읽는 사랑을 가르치셨죠.  읽고, 또 읽고..저 먼곳에 있는 수많은 위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아이들에게 글을 사랑하는게 뭔지 아는 사람이었데요.

 

울 아버지.. 그 당시 또 사랑했던것은 노래를 하는것과 교회를 가는거였데요.

카톨릭교에서 주일학교를 가르치는 선생이었다네요.

 

울 엄마..세월이 지나 그리 두껍고, 색깔이 검정했던 책들을 다 버리셨지요.

아버지께서 아끼던 그 책들을..

 

울 아버지..돌아가실때 가기 싫어서, 누군가 당신을 데려가려는걸 눈치를 채고, 불쌍한 울 엄마,네명의 자식들 남겨놓고 가기 싫어서 많이 우셨다네요.

그 중에 걸음마 배우려는 그 막내딸..얼굴을 부비며 글 읽을 수없게 되는걸 아셔서..많이 우셨데요.

 

젊은 나이에..그것도 제 나이 즈음이었을때...

 

울 아버지..지금은 하늘 나라에서 저를 바라보며 환히 웃으시겠죠?

손주들, 손녀들 보시며..읽어 주실 책 찾아주실텐데...

 

울 아버지..막내 딸..결혼할때..그 남자 맘에 안드신다고, 막내 딸이 아깝다고..말씀해 주셨을텐데.. 막내딸..노래할때 인자한 모습으로 맨 앞줄에 앉아주실텐데..

막내딸 힘들다고..손자들 그만 낳으라고 그러셨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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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엄마..줄포근처..얌전한 큰딸로 바느질이며, 음식이며..동네에서 소문이 자자한 그런 사람이었네요.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옆동네의 윤 아무개와 결혼을 해야한다는  외 할아버지 말씀에 그대로 따라나섰죠.

 

 

 

그리곤..평생 함께 살자 결혼을 했드랬네요.

 

아버지 아프시고, 병간호에 하루가 어찌 지나는지 모르고..찡찡대는 막내딸, 불쌍한 막내딸..젖때기가 힘들어 등에 업고 마음을 절이셨지요.

 

아버지 돌아가시고, 그 훵하니 아무것도 남지않은 방을 바라보며..

10살부터..한살까지의 자식들만이 남은 그 고난 덩어리들을 어찌해야 하나 가슴을 치며..

 

울엄마..늘 울기만 하던 막내딸이 제일 미우셨데요.

태어날때부터..늘 울기만 하던 막내딸이..그 서러운 울음으로 사랑하던 남편을 앗아갔다 생각했으니까요.

 

그리도 미운 막내딸을 등에 업고, 기차에서 기차로 떠 밀리며, 껌장사를 시작했네요.

이리 저리 밀치며, 따가운 시선을 뿌리치고...

 

그 일하려니, 하나는 등에 업고, 한놈은 손에 쥐여져..먹잘것없이 하루가 지났드랬네요.

 

그러다..리어카를 끌고, 이 동네, 저 동네..야채를 가득히 얹어서...

동네사람들에게..울 엄마는 늘 "옥주 엄마" 였네요.  울 언니 이름이 옥주였거든요.

 

그 옥주엄마..제가 중3때..집을 사셨네요.  우리만의 땅과 집을요.

리어카를 몰고,  땡볕이 뜨거운 그 여름을 나시고.. 울 엄마의 보금자리를 혼자의 손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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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이 다가오려니..저를 낳아주신 부모님 생각에 가슴이 물렁합니다.

말도 지지리도 안듣고, 늘 제 잘난 맛에 산 저였기 때문에요.

 

" 낳으실때 괴로움 다 잊으시고..기르실때 밤 낮으로 애쓰는 마음..빈자리 마른자리 갈아뉘시며..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하늘아래 그 무엇이 높다하리요..어머님의 희생은 가이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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