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미국 사는 아줌마의 일상)

나는 청개구리 2

yodel 2005. 10. 30. 06:41

냉장고에서 물이 나와 타일로 깔어진 부엌마루..첨벙첨벙 걸어다닌다.

걸레로 닦아도, 잠깐 사이에 다시 보면..또, 진득이 붙어있는 그 물..

 

"시익시익..냉장고를 바꿔버리든지...."

"자기..냉장고에서 물이 나온지 꽤 되는데..새것을 사던지..수리를 하던지.."

 

"새것을 사려면 현금으로 사야지..모아서 사자!"라며 귀찮다는듯이 남편이 대답을 한다.

 

"뭐야..자기는 늘 나가서 하루종일 살고..난 이꼴을 보며..살아야되는데.."

 

"집 살때 따라온 냉장고니 낡아서 수리비가 더 나올것 같어..현금으로 사는게 현명하잖아..좀 만 기다리자..응?"  하고 논리적이고, 딱 부러진 남편의 입이 밉다 이럴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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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들은 학교 기숙사에서 살면서, 잠깐 시간이 나면 집으로 들른다.

 

한 가득 그 군네나는 옷을 들고서, 오늘도 집에 왔다.

"자..빨어줘."

흰눈이 가득 쌓여 밖엔 나가기도 싫은데, 엄만 여전히 리어카를 끌고 다니느라 어디에 계신지도 모르고..

어차피 그 옷들은 내 차지이니..

 

옷을 수북히 다라이에 담고, 내장산을 잇는 그 고속도로를 지나..

층계가 울룩불룩한 곳을 조심스레 내려..

100미터 지점씩 떨어져있는 샘물로 향한다.

이렇게 추운 날씨도 샘물은 아량곳하지 않고, 나의 손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가시나는 청소잘하고, 밥 잘하고, 살림 잘혀서..시집만 잘 가믄디야.." 울 엄마의 진저리 나도록 퍼 부어대는 말..이해가 되어도, 몸이 따라 주지않는다.

 

"날씨가 조금 개면..동네 아이들 모아놓고, 말뚝박기나 할까보다.

아니..냇가에 가서 고기나 잡을까?

아니면..눈싸움하고, 숨바꼭질이나 실컷 할까? " 빨래를 주물거리며 나는 혼자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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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걸레를 다시 가져다 놓으며, 현실을 이해하면서도 따라주지 않는 내 마음이 우스운 그런 날이다.  " 그까짓 이자 조금 내면 어때서..저금해놓은 돈이 있는데..그거 쓰면 뭐.."

아무래도 청개구리같이 이렇게 생각하면..서로에게 이득이 없기에..그만 생각해야지.

 

계속 마른 걸레를 가져다 놓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