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미국 사는 아줌마의 일상)

시월 마지막날의 훈훈한 이야기

yodel 2005. 11. 1. 04:03

 

 

시월 마지막날이다.

햇볓이 따스한게 오늘은 유난히도 밖이 아름답다.

뒷마당에 빨갛게 색깔로 옷 입혀진 나무가 오똑이..겨울을 맞이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듯 느긋하다.

 

 

이런날엔 내 삶이 풍요로와 따뜻한 이야기들을 듣고 싶다.

나이를 지긋이 잡수신 할머니 앞에 앉아 그 분의 삶을..입에 솔솔 녹는 밤고구마랑 김치를 섞어 먹으면서 말이다.

 

 

시 아버님은 한국전쟁을 겪으셨고, 북한에서 식구들과 남한으로 넘어오시려는 계획을 했단다.

아버님..8(?)살 넘짓 안된 꼬마였어도..낮에는 가만히 숨어있는 연습을 하고, 밤이 되어야 움직이는 연습을 했단다.  긴 밤동안..어떻게 해서 따라가다..식구들을 놓치고, 한 젊은 사내의 손을 잡게 되었다지.  그 한 젊은 사내는 자신이 홀로 가기도 버거운 그런 험난한 길을, 어떻게 생각해 보면 북한 군인에게 잡히면 바로 죽음일 이런길을 이 꼬마와 동행했다지.

한참 가다..결국 둘은 군인에게 잡히고..그의 손에 쥐어진 성경때문에 그 젊은 사내는 군인에게 끌려가고..그 젊은 사내때문에 그 꼬마는 풀려나서 자유의 몸이 되었단다.

 

 

시 아버님께 이 분은 살수있는 자유를 주었고, 사랑할 수있는 기회를 주었고..그런 시 아버님으로 인해 나는 남편을 얻었다.

 

 

때론..알게 모르게 선택하는 귀로에 있어,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 다른 이들을 살려주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는 생각을 한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게 고마운 시월의 마지막날이다.

 

내가 처음 미국으로 건너왔을때..

나는 이 동네의 한 부자집 아줌마댁에서 풀을 뽑는 일을 했었다.

그 넓다란 잔듸사이로 뿌리를 쭈욱 늘어빼며 자라났던 그 풀들을..하나씩 하나씩..

 

노트북에 날짜도 입력하고, 시간도 입력하고..

일이 다 끝나면 그곳에 체크를 하고..

기본료를 시간당 5불을 받는다고 이야기했었는데..

 

그녀는 내가 학비를 충당하는것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늘 내게 부족한 만큼의 학비를 대어주었다.  일은 시간당 5불만큼 밖에 하지 않았었는데..

첫 일년..동안 나는 그녀의 집안 일들을 돌보아 주며..학교를 갈 수있는 자유를 얻었다.

 

 

가을을 보내며, 추워질 겨울을 맞이하지만..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줄 이야기 거리들을 찾아 이번 겨울도 맞이해볼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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