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this and that)

떠나는 너에게...

yodel 2005. 11. 27. 01:28

 

떠나는 너에게..(우리집에서 오랜동안 함께했던 검정미니밴을 보내면서)

 

너를 처음 만났을때..

내가 제일 좋아했던것이 뭔지 알아?

네가 검정색이어서..그냥 귀티나게 보이더라..

그리곤 시디플레어가 있는 널...많이 탐내했지.  다른 사람이 쓴 너였지만..

너의 옆모습도, 앞모습도..속모습도 어쩌면 나라는 사람..아그들과 너를 타고 다녀야 하기에..

너의 속모습에 폭 넘어갔다고 해야겠어.

 

너..생각나?

너를 우리집에 데려오고..별로 안되서, 작고 귀여운 우리 딸래미..네가 젤 먼저 안아줬잖아.

엥엥 거리는 아이...너의 따뜻한 벨트로 메어주면서 다독거려줬지..

넌 마음도 넓어서..아이들 먹다 남은 과자 부스러기..그냥 신경 안쓰고..눈 감아줬어.

시끌벅쩍한 그 사이에서..우리들 따라 실컷 노래도 불러주고...

 

어쩌다 한번..

비누거품으로 샤워하는 너의 모습..

조금씩 움직일때마다..색색으로 바뀌는 그 거품들..그리곤 아마 너 왁스를 젤 많이 좋아했던것 같아..네 모습..반짝 반짝..꼭 새옷입은, 꼬까 옷입은것 같았거든.

 

눈이 펑펑내리던 어느 겨울에..

시부모님댁에 간다고 해도 불평없이 가주던 너..

너의 윈드쉴드가 지치도록 왔다갔다하면서..눈이 앞을가려 보이지 않을때도..

너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기에..새록새록 자는 아이들..아무도 깨지않고 잠을 잘 수있었던 여행.

 

내가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남편 대학원가기로 결정했을때였어.

국도를 서부에서 부터 동부로....일주일걸려..너랑 달렸지.

보스턴에 도착했을때..지친 너도 한숨을 쉬었는지...네 병원에 데려다 줘야했잖아..

다행히..작은 수술정도 였으니 괜찮았는데...미안했었어.

 

너랑 시부모님댁에 가던날..

너 생각이나?  그 크고 노란 달님..자꾸 우릴따라 왔었잖아.

내가 창문열며..너한테 말하던 생각나니? 저 달님좀봐...하고..정말 큰 달이었어..

그리고..떨어지는 별들에게 내가 눈꼭감고 소원말할때...너도 그랬지?

남편이랑 너를 바꿔가면서..온갖 고민, 꿈을 이야기 할때..너도 들어줬지?  그냥..잠자코..

 

보스턴의 겨울 맞이하곤..

네가 부쩍 힘이 들었었지.  그곳 정말 눈 많이 와..

눈오고 그 경사진 길 가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니..

넘버원 오케스트라에..특히 남편..전철타는거 매일 아침, 저녁으로 데려다줄때...도..

마음 넉넉하게 늘 그곳에서...

 

보스턴에서 이곳으로 올때...

10시간동안..신나..음악 쿵쿵 틀어놓고...실컷 노랠 불렀드랬지!

너랑..

이곳에 오니 길도 넓고..겨울엔 눈도 덜 오고..너..이곳이 더 좋았지?

 

이번주가 너랑 보내는 마지막이기에..

너랑 쌓은 추억..나 너무 고마워 이렇게 편지를 쓴다.

너 없었으면 우리 여섯 식구..그런 모험 할 수가 없었을거야..

네가 말이없어도..너랑 한가족인 우리였다는걸..알지!

 

이름도 못지어준 내가 야속하기만 하다..

이름이라도 지어줄껄...너 보내기전에..다시 한번 목욕하러 보낼까?

그 색색이 거품도 맛보고, 왁스칠 한번 더 해보게?..

 

(이젠 너무 낡아 더 데리고 있을 수없는 우리 차..를 보내며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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