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딸래미가 하던 공주놀이를 마다하고 문으로 달려간다.
문꼬리를 그 조그마한 손으로 돌리려해도 힘이 없어 돌릴 수가 없다.
누군가 밖에서 서 있다는 궁금함에..
딸래미 부엌에서 설겆이 하는 나를 부른다.
"엄마...밖에 누가 왔어..빨리 문 열어봐.."
무심코, 이 시간이면 큰 녀석들 친구들일거라..열어주지 않고 기다렸는데..
딸래미가 보채는 바람에, 얼른 손을 닦고 귀찮은 듯이 현관 문을 향해 나섰다.
문을 열자 마자..
검정 양복을 위 아래로 잘 차려입은 젊은 청년이 서 있는게다.
"저는 공군 조사관인데요. 옆집 부르스에 대해 몇가지 물어볼게 있어서 왔습니다."
"예? 부르스에 대해서요?.."
요새 잡상인이 하도 많으니..양복으로 짝 빼입고..분명 사람들을 속이려하는 사기꾼임에 틀림없을거라 생각하면서..나는 아직도 문을 반쯤만 열어놓은채..그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아니..무슨 공군 조사관? 대낮에 사람놀릴 일도 아니고..왜 옆집 (Bruce)부르스에 대해 조사하러..
그것도 우리집으로 오느냐고? 만가지 생각을 요리저리 하고 있는데..
"제 신분증을 보여드리죠.." 하면서 그는 그의 사진이랑 이름..그리고 공군 조사관증을 보여준다.
아무리해도 거짓 신분증은 아닌듯..공군 증명이 찍힌 공증을 다시 보면서..
" 질문은 5분이면 되는데..제가 집으로 들어가도 되는지요?" 하는 거다.
"5분이요?...그러죠.."
집안으로 들어온 그는..가지런히 놓여진 신발들을 보더니..
"신발을 벗을까요?" 하는거다..그러면서.."저도 그런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태도는 이정도면 됬는데..
그의 딱부러진 모습과 태도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가 소파에 앉아..가지고온 큰 노트에다 적기 시작한다.
"이곳에 적은 글은 지극히 사적인 것으로 공적인 요건으로 쓰지 않음을 약속드립니다."
" 성함이 어떻게 되는지요?"
" 네..XXX입니다."
"취지를 말씀드리자면..
정부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5년마다 신원조사를 받아야 하는 조건이 있 습니다.그래서 옆집에 사시는 부르스도 신원조사를 받는게지요."
"근데..왜 저한테...옆집 부르스에 대해.."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그는
"주위의 몇 사람들에게도 그 사람 됨됨이에 대해 물어봅니다."
" 그럼, 시작 할까요?"
"부르스를 안지는 얼마나 되었습니까?"
"일년 반요!"
"부르스와는 개인적으로 만난적이 있습니까?"
"부르스 부인 팸의 생일 파티에 초대 받아 간적이 있었습니다."
"부르스는 파티때 술을 마시던가요?"
"기억이 안 납니다."
"부르스의 성격이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그 사람에 대해 잘 모릅니다."
"부르스가 부인을 혹시 때리거나..자녀를 학대한 것을 목격한적이 있습니까?"
"아니요."
"부르스가 마약이라든지..불법적인 행동을 한다고 의심했던 적이 있었습니까?"
"모르겠습니다."
"부르스를 보면 보통 어떤 사람이라 생각하십니까?"
"아이들을 위하고..착한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부르스가 외국에 여행을 가던지..외국 사람과 연락한것을 본적이 있습니까?"
"모르겠습니다."
FBI영화에서나 나오던 질문인것 같아 내가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사실..옆집 부르스에 대해서 아는것 이라곤..그의 아내..의 이름 팸과 두 자녀를 가지고 있다는 것과..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잔듸를 깎는 부르스...때문에 아침잠을 설친 여름이었다는것..
모든 질문이 끝나자..그는 기록상으로 다시 내 이름과 주소를 확인한다.
그리고는 공군에서 연락할 수있는 전화번호를 받아도 되느냐고 물어보길래..
전화번호는 가르쳐 주지 않겠다고 딱 끊어 이야기했다.
그를 보내자 마자..
전화기를 들고서..
"헤이..팸..잘지냈어?"
"어..잘 지냈어.."
"나 방금 누가 우리집에 왔다갔는지 아니?"
"누구?"
"공군 신원조사관!"
"그래? 그랬구나..그렇게나 빨리 너한테 갔더랬구나..그럴줄 알았으면..너한테 귀뜸이라도 해주는건데..사실은 데비가 전화했드랬어..그 사람이 왔다갔다고.."
"나는 무슨 장사꾼인줄 알고..혹시 부르스이름 알아내곤 그 목적으로 내이름도 알아내서..뭐 하는 사람인줄알고..조금 꺼림직했었는데...정말 조사관이었구나..."
"그래..남편이 컴퓨터 계통인데..회사가 정부를 위해서 일을 하거든.."
"야..넌 우리가 겪는거..반절도 이해 못할꺼야.."
세상에나..우리가 이동네로 이사오고 몇달도 지나지 않았을때였는데...
동네 사람들을 방문해서..
저 집으로 이사온 사람..부인을 때린것을 목격한적이 있었냐..어쪘냐..마약이 어쩌구 저쩌구..."
이사온 몇 달..참 고생 많이 했다.."
"사람들이 우릴 어떻게 생각했겠어..."
우리가 사는 동네엔..FBI나 CIA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아무래도 그런 계통의 사람들이 겪는 색다른 고통도 나라를 위한거니까..
불편해도 깨끗하게 살아야 하리라.
어쨋든 Man in Black의 방문이 영화에서 나온 뭔 이야기 한 장면 같지 않은지..
(사진이 마땅한 게 없어서..왠 플레이스테이션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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