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this and that)

김치 냄새가 그렇게 안 좋나요?

yodel 2006. 2. 16. 00:40

외국에 사는 사람들은 늘 뼈져리게 느끼는게 있지요.

맛난 김치를 먹고 싶은거...

특히나 엄마 김치를 못 먹으니까...고향을 그리며 늘 생각만 하게 되지요.

 

그러던 찰나에..따르릉..

"엄마..."

"막 김장했는디...보내줄까? 지난해보다는 맛이 덜한디..그랴도..먹을만혀.."

"아이..엄마..먹고 싶어도..그거 무거워서..."

마음속에선 신이나서 깡총깡총 뛰고있어도 겉으론 김치를 보내겠다고 하신 엄마의 목소리에..

"그럼..조금만 보내줄래요?.."

 

일주일이 지났었나봐요.

집 앞문에서 보니 우체부 아저씨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그리고 얼굴에 오만가지 상이 그려진 그의 모습, 낑낑거리며 큰 상자를 들고오면서..두손으로 들었어야 될 그 상자를 버리고 싶어하는 그가 보이는거예요.

 

"근데..이 속엔 뭐가 있길래..왜 이리 냄새가 나는거지요?"

"아...저희 엄마가 보내준 김치..예요."

막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그는 잽싸게 도망을 가더군요.

냄새가 고향 냄새고만...하구구야...엄마의 김치가 드디어 당도했고나...울매나 기분이 좋았든지..

아마 한 육개월은 김치먹으면서 즐거워하던 저였을겁니다.

 

몇년이 지나고~

보스턴에 남편 대학원생으로 있었을때 입니다.

따르릉~

"여기 알링턴 우체국입니다."

"네..그런데요?"

"빨리 오셔서 물건을 찾아가 주십시오."

"예? 물건이라니요?"

" 모르겠는데...하여간 빨리 찾아가 주십시오."

 

도대체 뭐가 왔길래, 전화소리의 주인공이 그리 긴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지..

아이들이 학교를 간 사이에 딸래미(6개월)를 차에 태우고 우체국으로 향했답니다.

먼저 창구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고 말을 했더니..이름을 확인하고는..

일하던 어떤 사람을 부르더군요.

 

우체국 뒷쪽으로 물건들이 가득 쌓인곳을 향해서 저를 데리고 가더니만..

비닐로 몇번씩 쌓아놓은 상자가 다른 상자들에서 떨어진 채로 쓰레기 쳐박혀 있듯이 놓여있더라구요.. 그것을 가리키면서.."저거 당장 가져가시지요.." 순간..엄마가 전화도 안하시고...또 김치를 보냈구나..감이 왔지요. 흐른 김치 국물때문에 냄새가 진동을 했었는지..비닐봉투로 몇번씩 싸대고도...멀찌감치 떨어쳐 놓은 이유를 알게 되었답니다.

 

한국에서 엄마랑 언니가 방문을 해왔습니다.

얼마만이냐면요? 십년만요!

역시.. 우리엄마 김치만을 가득 담아 몇 상자를 가지고 오셨드랬네요.

김치종류도 많기도 하지요. 배추김치, 파김치, 무우김치,...

엄마가 손수 담으신것이라..색깔도 곱고...냄새도 그윽하더군요.

근데 많이 가져오셔서 기분은 좋은데...그것들을 다 어디다가 놓아야 하는지 걱정이 태산이었답니다.

우리 아랫층에 사는 미국 부부랑 나누는 지하실 창고가 있긴있는데...

냉동고를 사서...못 다 먹는 김치는 그곳에 나누어 집어 넣었지요.

 

그러던 어느날..

따르릉~

"그동안 잘 지냈지요?"

"네..."

오랫만에 집 주인 두루 다니다가 전화를 돌린겁니다.

"근데...내가 지하에 갔다가..무슨 이상한 냄새가 나길래..너의 냉동고를 열어봤더니...글쎄 냄새가 거기서 나오던데..당신네 냉동고에서 무엇인지 모르지만 음식이 썩은게 분명해요..가서 체크해보셔야 될듯.."

그말을 듣고 한동안 얼마나 웃었는지 모르겠어요.

미국 사람들에겐 썩은 냄새가 난다니...

그 구수한 김치 냄새를 못 맡는 그들이 불쌍한거 있죠..ㅎㅎㅎ

 

리즈님 방에 갔다가 생각이 난 이야기 입니다.

리즈님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