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this and that)

내 남자를 만져서 아느냐고?

yodel 2006. 2. 9. 13:16

느긋한 어느날 아침이었어.

남편의 각이지고 깔깔해진 얼굴을 더듬어봤지.

눈을 살며시 감고 즐기는 그의 모습에..

나도 눈을 감고 그의 이마로 부터..그의 뾰족한 코..그의 입술..그리고 그의 얼굴선을 따라 내 손을 움직여봤어.

그리곤...갑자기 우리둘이 소리를 높여 깔깔대며 웃어댔다.

왜냐고?

ㅎㅎㅎ

그건 옛날 어떤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

 

우리가 결혼하고 아마 일년이 지났을때였나?

한국 학생 모임중에 모두들 게임 몇가지로 시끌벅쩍,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어.

그중에..몇 남자분들이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뽑힌 여자들이 눈을 감긴채로 남자분의 뒤에 서서..그 남자들의 얼굴을 더듬은 후에 자기 남편인지 아닌지를 알아맞추는 그런 게임이 있었어.

 

드디어 내 차례였어.

다른 사람보다 나는 내 남자에 대해 잘 안다고 자신감이 있었던 나였지.

그래서 손수건으로 눈이 감기면서 거 뒤에 앉아있는 내 남편을 보고 씽긋 미소를 지어보이고는..당근 쉽게 찾을 수있을거라 자신감있는 표정을 지었어.

 

생각보다 눈이 감기니까..내손에 촉수가 다 빠진것처럼..힘이 없지 뭐야..

첫번째 남자분..얼굴이 세모난게 역시 내 남편이 아니고..

두번째 남자분..이마에 왠 기름이...사실 다른 남자의 얼굴을 만지려니..이거 쑥스러워서..내가 제일 먼저 했던것은 얼굴선 부터 확인 하는거였어.

세번째 남자분..머리부터 만졌지.  머리털이 빡빡하게 많은게..이거 내 남자다! 하며 자신감이 있게 말하려다...그래도 얼굴을 만져봐야..알지..하며 이마를 만져봤어. 감칠도 비슷하고, 넓이도 맞는것 같고...그래서 코를 살짜기 눌러봤지. 너무 낮지도 않고 너무 두텁지도 않고...그래 내 남자 코가 맞다...당근 내 남자 코다...하면서...내 손을 번쩍 올렸어..그리곤 나는 내 남자 뒤에 서서 더이상 세번째 남자뒤를 떠나고 싶지않았어.

근데...사람들이 막 웃는것이야..

하하하...호호호...히히히...

 

손수건이 풀리고 몇초후에야 비로소 내 남편이 저 쪽에 앉아있다는걸 발견하고...

얼굴이 얼마나 빨개졌는지..근데..정말 이 세번째분..우리 남편 많이 닮았다니까...어쩌면 머리숫 부터..코랑...다행히 코만 만져서 얼마나 다행이야..글쎄...입술까지 만졌으면 어떻게 됬었겠어..에구구..

그 남자 부인 눈초리에...

 

여튼 내 남자 망신시키고..나 망신당하고..나를 믿었던..아니지 내 손을 믿었던게 잘못 이었지.  절대로 만져서 다 안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겠다..다짐했어.

이제 13년이 되어가니...만지는 연습도 이만 하면 된것 같은데..또 이런 게임하면 자신이 있을 나일까? ㅎㅎㅎ

내 남자를 만져서 아느냐고?

절대로 물어보지마..그거 자신없는 일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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