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미국 사는 아줌마의 일상)

한국분 이신가봐요?

yodel 2006. 5. 8. 07:52

"한국분 이신가봐요?"

"예" 그녀는 조금 겸연적은듯이 고개를 돌린다.

80미터 즈음 떨어진 곳에서 나는 그녀를 주의깊게 바라보았다.

검은색 티셔츠에 칠보바지를 입은 그녀..아직은 삼십대 중반은 안 되어보이고..

살결이 우유빛에 참 청순한 이미지의 그녀가 아직도 나이 어린 아이들을 공원에서 데리고 놀고 있었다.

 

나는 한국인이 그리 없는 그런 동네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반가워하는 그런 사람이다.

다른이들에게 그리도 주의를 받았는데도..

" 글쎄말이야..내 생각엔 한국 사람과는 너무 가깝게 지내지 않는게 좋아!  누구는 사기치고..외국땅에서 문제 많은게 한국 사람이거든.. 어떤 한국인 변호사가 말이야..되지도 않는 이민을 도와준다고 그래놓고선 돈만 삼만불 선불로 받고 튀어버렸잖아.  한국 사람들끼리 왜 그러는지 몰라."

 

그녀가 있는곳으로 나는 버릇처럼 달려갔다.

" 한국 분이신가봐요?"

"예"

" 반가워요!" 생각보다 마음이 너무 착한 이웃이 될것 같은 그녀..

이것 저것을 이야기하며 서로를 알게 되었다.

그녀의 남편이 출장을 갔다는거..그것도 출장을 자주 간다는거..아들들 만으로 두살, 몇개월과 함께 바쁘게 일상을 지낸다는거..만으로 한살때 미국으로 식구들이 이민해 왔다는거...

"한국말을 상당히 잘 하시네요!"

사실 많이 놀랬었다. 그녀의 또렸한 발음에..오랫동안 미국에 살면, 억양이며 태도가 변하게 되는데..그녀의 모습과 목소리는 상상을 초월하는 탁월한 솜씨~

 

**

 

남편이 만난 한국 부부가 우리 식구 점심을 초대했다.

" 애들이 넷인데 괜찮데?...아니..애들이 다섯인데?.."

그 녀는 산부인과 의사, 그는 사업가..그들은 40대 중반인데 아이가 딸랑 하나..(10개월)

벌써부터 겁먹은 나..

혹시 이렇게 촌스러운 내 모습..참 웃기기도 하지. 자꾸 거울을 보며 내가 촌스러운건가..아니면 사상이 촌스러운건가..유난히도 마음이 껄끄러운것은 ..무엇인지..

 

아침부터 화장에 신경을 쓰고 갔다.

파스텔 하늘색 셔츠에 카키색 플레어 스커트를 입고..그동안 안하던 두꺼운 목거리를 목에다 주렁 주렁달고..(웃겨..정말..뭐야..내가..지금...무슨 화려한 결혼식에 가는것도 아닌데..말야..")

 

"자기..나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지?" 자꾸 나는 남편에게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 대답을 받고 싶었다. 아이들 키우느라 정신 없는 사람이래도..거기 높은 곳에 있는 직업 여성앞에서 "나 잘했노라..아이들 키우는 아줌마로서 기죽을 일 없다" 라고 다시금 되새기고 싶어서리~

 

그런데~

그녀와 그를 만나고는..무슨 기죽을 일?

배운 사람치고 너무 겸손한 두 사람...이제 막 살림을 시작해서 10개월 된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이 없다며 ...둘 다 중학생때 미국에 이민와서..이곳에서 생활했단다.

좋은 사람 이 세상에 참 많다 생각했다.

 

특히나 같은 한국인으로서 알 수있고, 친해질 수있고..더불어 살 수있음에..

다음주 한국인의 모임에 가겠노라고 말하고..

나는 그동안 내 귓전에 맴돌았던.." 한국 사람들에 대한..비관적인.." 그런 말들을 버리려 한다.

" 누구 누구는 말이야..참말로 이상한 사람이야...하필 왜 그러믄서 산대?..."

 

**

 

" 한국분 이신가봐요?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