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this and that)

옛 추억을 다시금 되새기며~

yodel 2006. 7. 15. 12:37

 

["엄마..저 약혼했어요!"

"뭐? 무슨....공부 한다고 간 담서..속도 없는 년...." 화가 난 엄마..더이상 참을 수없다는 듯이 욕이 쏟아져 나온다..

 

짧게라면 짧은 나와 그의 만남..

지구 반대쪽에 있는 엄마한텐 한 번도 이야기 해 보지도 않았던 그 사람..

솔직히 이야기해도 내 말을 알아들을 수있을지 의아해 했었기에...

 

전화받고 엄마 깜짝 놀라실만도 하다.

못된 딸..어떨땐..막내딸이지만 그런 막내 노릇 한 번도 못해본..

일 처리 할때 무엇이든 끊고 맺는 법이 강한 나를 엄마는 늘 못 마땅해 하셨다.

" 간덩이가 부은 ㄴ.."

 

그리고 3개월 후~

 

공항에 서둘러 갔다.

엄마랑 언니가 내 결혼식에 오시기에..

마중나온 내 약혼자의 모습을 훑어보시지만..뭐라 한 마디도 없으시다.

화가 몹시 난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울그락 불그락..

엄만 화가 나시면 말이 그리 없으시다.

늘 가슴에 꼭꼭 챙겨 놓으셨다가...한번 터지면...가슴이 애리는 그런 말들을 용이 불을 내품듯이..

 

이쪽 저쪽 눈치를 보다가..

언니한테 물어본다..

"언니, 엄마..."

"너랑 함께 먹으려고 싸온 고추 몇개를 세관한테 걸려서..글쎄 50불을 내고..고추를 버리라고 하니까..화가 나서 그런거야.."

 

"그까짓 고추..아무려면 어때서...엄마 안 먹어도 되요.." 모난 막내딸의 속없는 말에 마음이 얼마나 아펐을까?

당신이 이제 시집갈 막내딸과 함께 먹을 고추를 된장에 찍어 먹고 싶으셨는데..

 

시집가기 전날이었다.

목욕탕에 들어가..샤워를 하려고 물을 틀고 있었는데..

엄마가 옷을 벗으시더니..들어오신다.

"내가 등을 밀어줄란다....."

 

등 위 아래로 쓸어내리며 다 커버린 내 몸을 씻어주신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엄마의 손길을 느꼈다.

딸래미가 그리는 모성애를 가득 느끼면서 말이다.]

 
사진을 뒤적이다 큰 시누이의 결혼식에서 넘버삼과 지인의 딸이 춤을 추는 모습에 괜시리 과거의 제 모습이 생각이 났습니다.  이젠 13년이 되어가지만..아니~ 어느새 그렇게 빨리 시간이 지났는지 꿈을 꾸는것만 같습니다. 그때의 제 모습은 가슴 한 구석에 조용히 묻어두고, 새로 발견한 아줌마로서의 생활에 마늘과 버터를 조화있게 다룰 수있는 넉넉함이 생겼습니다.  가끔은 그때처럼 싱싱한 얼굴로~"자기야..나 이뻐?" 라고 물어보고플 때가 한두번이 아니지만...우루루루 달려드는 녀석들 땜시롱 저녁까지 기다려야지...하다가 피곤해 잠자리에 들고마는 제 모습이 더 많습니다.
저처럼 살아가는 우리 아줌마들 화이팅~ 팔뚝 굵어졌다, 옆구리 튀어나왔다 해도..
당신같은 남편만나 "나 진짜로 행복하다우.." 라고 말할 수있는, 표안내고 거짓말같은 진담을 기름바르듯이 편하게 하는 진짜 아줌마가 된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