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family stories)

결혼 기념일을 앞두고

yodel 2006. 8. 12. 22:26

철없던 (만으로)스물 셋의 나이에 나는 스물 둘의 이 남자를 만나

영원을 함께 하자고 약속을 했어.

어른들의 입장으로는 얼마나 철부지 없는 짓이었는지 이제서야 쪼금 이해하지만..

그때처럼 순수하고 벅찬 사랑- 아무것이 없어도 둘만있다면 살 수있다.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그런 마음이 생길지는 의문이고..)

 

그러니까 어언 1993년 8월 14일에 나는 웨딩드레스를 입고서 내가 손수 화장을 하고 화려하지 않은 결혼식을 했어. 엄마랑 언니랑..그리고 남편의 부모님과...친구들 몇과 함께 말이야.

그 당시 남편과 나는 학생이었으니까..방학을 이용해서 결혼을 하겠다 다짐한거지.

 

살림이라곤 몇가지 그릇과 선물로 받은 청소기..

둘이만의 공간이라고 얻어놓은 싸구려 단칸방-깜깜하긴 올메나 깜깜한지..그래도 그와 나만의 공간에 올려놓을 그릇..이 있었기에 행복했던 그런 시절~

 

트롬본을 전공했던 내 남자.

하루 왼종일 그 작디작은 연습실에서 트롬본을 불었지.

그리곤 저녁엔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10시가 되었어.

 

결혼하고 일년뒤에 대학가엔 내 또래의 주부들이 많았었어.

다들..나처럼 살었지. 감자 볶음에..어쩌다가 올라오는 고기..김치..밥...

이웃 친구네에 들렀다가 그 집의 가구가 또 생긴걸 발견한거야..

"오메..부러워라..참 잘골랐어욤..." 그 가구 중고점에서 남들이 쓰다 버린걸 살 수있는 여유도 있는 이웃에게 내가 침을 흘리며 부러워 했던 때였었어.

그래서 시간이 났던 한가한 어떤때에는 중고점을 몇시간 눈이 빠지도록 훑어보았던 기억이 있지. 어쩌다가 잘 건진(내 생각으로) 소파에 앉었긴 했는데..너무 비싸서..포기해야 했던..ㅠㅠ

 

13년동안 살면서 이런일, 저런일 많이도 생겼었다.

찌들리게 살었고, 남편 직장도 잃어보았고, 또, 다시 학생 부부가 되어보고( 아이들 넷에) 또..가난을 겪어보고...산다는거 돈과는 상관이 있는거 같아도 행복하다고 느끼는건 마음에 달려있는거 같어.

가끔 내 살붙이가 되어버린 남편의 평범함에 나 너무 편안해진걸 느껴.

이제 다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있는 남편옆에 나는 그가 견디는 어깨 무거움과 스트레스를 다 덜어줄 수없어서 마음이 참 아프다.

 

그가 이렇게 말하데..

" 나는 차라리 가난을 겪으며 살란다..만약 아이들이나 당신이 아픈것과 가난 둘중을 선택하려 한다면..."

고개 끄덕이며 그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했지만 말이야.

간사하고 추접시런 내 마음에 또 비웃기도 해보고 그랬지.

**

며칠 감기로 고생하고 있어요.

그래서 찾아뵐 수없는 요들이 용서해주실거죠?

주말 행복하고 건강하시길요.

[ 우리의 인생을 위하야~ 화이팅! 잘 살아보세!! ]

85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