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미국 사는 아줌마의 일상)

남친 베이비씨팅(Babysitting) 하기

yodel 2006. 8. 31. 01:26

남편과 나의 오래된 친구인 그는 공부하느라 스트레스 받아서 머리가 다 빠졌다며 겸연적은듯이 말을 얼버무렸다. 그러게..앞에서 볼때는 잘 안보이던데...의자에 앉아서 머리를 맡대고 이야기 하다보니..듬성듬성 없어진 그의 머리가 보이더라. 

남편이 하루종일 일을 해야 해서, 오랫만에 방문한 그와 놀아주어야 하는 내 하루가 되었다.

일명.."남친 베이비시팅(babysitting)하기-남친 돌봐주기"

 

아침은 프렌치 토우스트와 스크램블 에그, 그리고 소세지 볶음. 싸이드로 오렌지 쥬스~

아침을 먹자마자 남편은 쌩하니 자기 사무실로 내려가고, 나는 몇 십년동안 한번도 함께 보내지 못한 이 친구를 봐주기로 했다.

" 가만있자..흠..뭐 하고 싶어?"

" 나는 아무거나 좋아해. 그래도 운동 하는걸 젤로 좋아해."

 

이런일은 처음이다. 사실..여자 친구들과는 집이야기, 내 이야기, 이것저것..상식이든..상식이하이던...편안하게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이 있는데..이 친구에겐 말을 어떻게 꺼내야 좋은지..

그래서 가족이야기 부터 물어본다. 자연스럽게 자기 아내이야기도 하고, 아이들 이야기도 하고..직장이야기도 하고...간호사인 그는 그랑 일하는 사람들이 거의가 여자들이기에....내가 이끌려고 하는 말들을 꺼내기도 전에 알아차리고 대답을 수월하게 한다. 말 끝내고 나서 나는 " 이런 이야기들 맨날 들어서 스트레스 받을 텐데..미안~" 하다고 말을 했다.

 

남편이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그와 골프를 치러 간다고 해서~ 나는 자유부인이 되었다.

아이들 두명만 데리고, 둘째 축구 팀에 필요한 것들을 사러갔다가, 베드민턴채 세트가 눈에 띄었다.

10불 약간 안되는 베드민턴채를 가지고 오면서 골프를 치고 오후시간을 심심하게 보낼 남친을 재미나게 해줄 생각에 흐믓~

 

집에 돌아와..

다시 사무실로 내려간 남편..그리고 홀로 앉아있는 남친을 심심하지 않게 해주려고..

"베드민턴 사왔는데..베드민턴 칠까?"

" 좋지..근데 잘 치는거얌?"

"안 쳐본지 오래되었지만..괜찮을거얌.."

 

후끈 후끈한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뒷마당.

아직도 햇살이 쨍하게 비치는 오후이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베드민턴채를 들고 우리 둘이는 나갔다. " 아...아...아싸....어이....우와....으......에...."

둘이 받아치면서 던지는 똑같은 억양의 신음소리...동네 사람들이 들으면, 일단 남편과 키도 비슷하고 아시안이기에 남편과 대낮에 잘도 논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렇게 더운 날씨에, 해가 쨍쨍한 날에 남친에게 약한 모습 안보여주려고 팔딱팔딱 뛰고 있는 내 모습에 얼마나 웃겼을까..

그래도 십삼년전에 함께 논 가닥이 있으니까...예전에 나라는걸 안 그이기에~ 편한건지 모르겠다.

 

남친 베이비시팅시에 조언~

먼저 남친의 직업을 생각한다. 그 직업이 여자들을 상대로 한다면..매일 들어줄 지루한 일상의 이야기들에 얽매어 그곳에서 떠나고 싶어할때니깐...질문시엔 다른것들을 물어본다. 예를들면?....생각이 하나도 안나는디..(여자들의 일상을 떠난적이 없으므로..많이 생각해야함)

남친이 좋아하는 운동을 함께 한다. (그 운동을 밖으로 나가서 할 수없을경우..머리 써가면서 해본다.)

 

**

남편과 나와 남친은 결혼전부터 좋은 친구였음을 밝힌다.

그래서 이곳에서 남친이라고 말한것은 말 그대로 남자 친구( friend - boy ) 애인이 아닌..친구중의 남자라는 말이다.

**

이번학기엔 영문학-작문을 선택했다.

문학을 비평하고, 문학을 찾아 읽고..그리고 연구를 해서 글을 써서 내는것으로 학기가 마무리된다.

평상시처럼 생활을 하지만, 글 읽는데 내 시간을 소모하고, 모르는 단어 찾고, 나의 한계가 끝이없는 영문학을 이해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블로그의 님들 찾아다니는것도 못하고 있음에 오시는분들껜 미안한 마음이다. 앞으로 4개월동안 내 삶이 이럴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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